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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BLACKPINK in your area!" 이 말만으로도 고양종합운동장은 진동했다. 그리고, 이어진 노랫말은 이러했다.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 각자의 자리에서 전 세계를 물들인 네 명이 다시 '블랙핑크'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런 만큼, 팬들의 기대는 무대 시작 전부터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폭염과 러브버그의 습격에도 아랑곳없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블링크(팬덤명)들은 블랙과 핑크로 한껏 멋을 낸 채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현장은 일찌감치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특히 첫 곡 'Kill This Love'의 전주가 울려 퍼지자마자 고양종합운동장은 더 이상 경기장이 아니었다. 단숨에 블랙핑크의 영역이 됐고, 'BLACKPINK in your area'는 현실이 됐다. 이 기세는 'Pink Venom', 'How You Like That', '불장난', 'Shut Down'까지 거침 없이 이어지며, 오프닝부터 9년 역사를 응축한 무대가 펼쳐졌다. 불과 몇 분 만에 열기는 폭염을 압도할 만큼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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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earthquake'와 'Your Love'로 , 리사는 'New Woman'과 'ROCKSTAR'로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제니는 'MANTRA'와 'LIKE JENNIE', 로제는 '3AM', 'Toxic Till The End', '아파트'를 통해 솔로로도 월드클래스임을 입증했다. 특히 'LIKE JENNIE'와 '아파트'에서는 관객 전원이 떼창으로 현장을 울렸다. 월드클래스 메가히트송임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곡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로제는 솔로 무대를 시작하기 전 "작년에 작업할 때 힘들게 2주를 보내고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욕심이 많아서 그날까지 세션을 잡았다. 감기 기운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다. 갈 곳을 헤매고 있을 때, 집 같은 느낌이 되게 필요했다. 곡 후렴구 가사에 '네가 내 집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이다. 여러분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3AM'를 소개했다.
모든 솔로 무대가 끝난 후에는 지수가 "각자 솔로 무대도 순서대로 보여드렸는데 어떠셨느냐. 너무 좋지 않느냐. 저희도 이번에 단체 무대와 솔로 무대를 준비하면서, 솔로로도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어서 투어가 다채로워진 것 같아 떨리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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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에 이어 다시 울려 퍼진 블랙핑크의 히트곡은 이들의 역사가 '현재진행형'임을 상징했다. '붐바야', '뚜두뚜두'가 시작되자 팬들의 환호와 떼창은 한층 더 커졌고, 경기장은 파도치는 응원봉의 물결로 장관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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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공연을 지향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는 플라스틱 대신 종이팩 생수 '블랙핑크 워터'가 제공됐고, 관객의 이동 및 숙박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거나 자원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부스도 마련됐다.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 역시 '월드클래스'였던 것.
한 여름날의 야외 공연이라는 점도 블랙핑크와 찰떡 같이 어울렸다. 고양종합운동장에 K팝 걸그룹이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일 7만 8000명이라는 숫자를 가득 채운 블랙핑크는 불기둥, 폭죽, 불꽃놀이로 야외 공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 '코첼라' 같은 글로벌 페스티벌 무드를 장식했다.
무대 자체뿐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도 '월드 페스티벌'을 연상케 했다. 블랙핑크 무대 의상을 그대로 따라 입거나 블랙과 핑크 컬러로 스타일링한 팬들을 보고 멤버들도 감탄했기 때문. 지수는 "'Shut Down' 의상까지 입고 오신 걸 보니, 이 더위에 대단하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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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마지막처럼', 'Forever Young'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블랙핑크는 무대 위에서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언제나 '마지막처럼' 무대를 불태우는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앞으로도 영원히 'Forever Young'이라는 것을. 이날을 기점으로 월드투어 'DEADLINE' 서막을 올린 블랙핑크에게 'DEADLINE'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파리, 밀라노, 런던, 도쿄, 싱가포르 등 전 세계 16개 도시, 31회차 공연에서 만날 팬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블랙핑크를 기다리고 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