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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서초동' 이종석 만의 완급조절이 재미를 더하고 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에도 극도로 절제된 방식으로 대응하는 주형의 정제된 감정의 파동은 이종석의 리얼한 호흡과 미세한 표정 변화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자신이 수정의 전 연인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사건을 맡긴 남편의 무례함에 주형은 한계점까지 누르고 누른 감정 끝에서 서서히 분노를 드러냈고, 선 넘는 상대에게 날카로운 말투로 경계를 분명히 하되, 끝까지 이성을 놓지 않는 냉철한 태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 무심히 돈 봉투를 찢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반격하며 억눌렀던 열기를 차가운 분노로 터뜨린 이종석의 완급조절이 극에 현실적인 무게를 더했다.
이종석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직장인의 현실과 냉정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적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형의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피해보려 했지만 끝내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전 연인의 가사 사건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간순간 스며 나오는 감정의 균열을 찰나의 눈빛과 숨결로 표현. 이종석의 디테일한 완급조절이 주형의 모든 말과 행동을 숨죽여 바라보게 만들었다.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체념과 눈앞에 놓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감내하는 직장인 모먼트는 리얼한 공감을 유발. 모든 감정을 눌러 담은 절제된 연기로 정교하게 쌓아 올린 이종석의 열연이 주형이 품고 있는 감정의 결을 따라가게 만드는 몰입감을 자아내며 이종석이 안주형임에 안도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그의 드라마 속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