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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를 주요 공물로 여길 정도로 아테네 사람들은 술에 '진심'이었다. 좋은 포도주라면 사족을 못 썼다. 플라톤 같은 대학자도 포도주의 유혹에서만은 벗어나지 못했다. 플라톤은 저서 '법률'에서 국가를 포도주에 빗대기도 했다.
"국가는 물과 섞인 포도주를 담은 그릇 같아야 한다. 처음에는 여기에 포도주를 부으면 걷잡을 수 없이 거품이 올라온다. 그러나 물을 차분히 부어 거품을 가라앉히면 물과 포도주는 훌륭한 동맹을 맺고 맛도 좋고 적당하게 즐길 수 있는 영약이 된다."
신간 '바다가 삼킨 세계사'(다산초당)는 난파선에서 발견된 유물을 토대로 세계 역사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다.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기빈스는 선사시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시대의 정점을 반영하는 12척의 난파선을 연대기 순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1992년 발견된 '도버 보트' 목재들을 통해 고대 최고의 자산이었던 '청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1998년 발견된 '밸리통 난파선'을 매개로 당나라의 지식과 기술이 아랍을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또한 급격한 기후 변화로 생존을 건 항해를 감행했던 바이킹의 '롱십', 나치독일에 맞서기 위해 비밀스러운 은괴 수송 작전을 수행했던 'HSM 테러호' 등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유물을 통해 옛사람들의 고뇌와 희열 등을 재구성해서 들려준다.
유물 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복잡한 상황을 쉬운 이야기로 풀어주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역사부터 경제, 예술사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 적잖다. 특히 로마의 몰락을 초래한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빚잔치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패권국 미국의 현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린다.
"(로마) 제국의 위기는 세베루스 황제가 군대에 지급할 화폐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은화의 은 함량을 낮춘 것에서 시작되어 후계자들에 의해 계속 이어진 은화의 가치 절하에서도 드러난다."
이승훈 옮김. 516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