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닷컴 이우주 기자] '스모킹건' 단역배우 고(故) 양소라 씨의 어머니가 자매의 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쳤다.
22일 방송된 KBS2 '스모킹건'에서는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에 대해 다뤘다.
어머니는 "큰딸이 옷을 다 벗고 온 집안을 왔다 갔다 하더니 쟁반을 꺼내놓고 부엌칼로 막 칼질을 했다. 그러면서 '죽여야 해'라고 소리치더라. 딸이지만 너무 무서웠다"고 떠올렸다.
어머니가 기억하는 양소라 씨는 공부밖에 모르는 차분하고 착한 딸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해 여름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밝혔다. 밝고 성실했던 딸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
양소라 씨는 연예인을 꿈꾸던 동생 양소정 씨로부터 드라마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함께 촬영을 하러 갔다. 드라마 촬영지인 경상남도 하동으로 내려간 양소정 씨와 양소라 씨,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부터 양소라 씨가 달라졌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양소라 씨는 반장이 하동 촬영장에서부터 성추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서울에 올라온 뒤에도 반장은 회식을 핑계로 양소라 씨를 불러 함께 술을 마셨다. 반장은 술에 취한 양소라 씨를 비디오방에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 그 뒤로도 촬영지 민박집이나 모텔에서 성폭행을 했고 양소라 씨가 반항하니 칼로 얼굴에 상처를 내겠다며 협박까지 했다. 양소라 씨는 반장에게 두 달 동안 여섯 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촬영 중간 쉬는 시간,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양소라 씨는 이후 세 명의 반장들이 돌아가며 성폭행과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 중 한 반장은 양소라 씨의 휴대 전화를 빼앗고 3일 동안 감금하기까지 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어머니는 양소라 씨를 설득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양소라 씨가 고소한 가해자는 무려 12명. 양소라 씨는 4명을 성폭행, 8명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는데, 이들은 모두 보조출연 담당자와 스태프였다. 양소라 씨는 12명에게 3개월 동안 40차례 강간 및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심지어 양소라 씨에게 협박까지 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양소라 씨는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를 전부 취하했다.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건들을 기억하게 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양소라 씨는 가족들과 함께 안정을 되찾았다.
|
어머니는 "처음 경찰서를 찾아갈 때 소라가 쓴 메모지하고 녹음테이프를 한보따리 싸서 들고 갔다. 근데 경찰이 '이게 사건이 된다고 생각하냐'더라. 그러더니 소라한테 '다 잊어버리고 사회에 적응해야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담당 수사관이 바뀌었지만 조사 과정은 2차 가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수사관은 양소라 씨에게 가해자 성기를 그리라고 했다고. 이를 들은 이지혜는 "너무 황당하고 끔찍하다"고 분노했다. 어머니는 "수사 과정이니까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했는데 그렇게 참은 걸 너무 후회하고 있다"며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양소라 씨가 세상을 떠난 후 6일 뒤, 양소라 씨의 동생 양소정 씨도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둘째는 자기가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서 언니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거라고 자책했다. 언니가 떠나 뒤로 밥도 안 먹고 계속 말라가더라"라고 떠올렸다. 큰딸의 성폭행 피해를 알게 된 후 쓰러진 아버지 역시 자매가 떠난 후 뇌출혈로 사망했다. 어머니는 "정신이 들었을 때는 4년이 지났더라. 딸들을 위해서라도 꼭 진실을 밝혀야겠다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wjle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