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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살았던 현생인류의 친척…신간 '케이브 오브 본즈'

기사입력 2025-07-24 16:18

[알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타르타스=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독일 철학자 헤겔의 말이 진실이라면 역사는 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나아감이 있으면 어느 정도 발전을 되돌리는 시기가 찾아온다. 역사는 긴 호흡으로 보면 발전을 향해 우상향하지만, 굴곡을 거친다.

한때 세계 곳곳의 역사 교과서에는 '진보의 행진'(The March of Progress)이라는 그림이 실렸다. 가장 왼쪽에 있는 유인원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이 차례로 늘어선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이 행진은 사실과는 다르다. 세계적인 고고학자 리 버거는 신간 '케이브 오브 본즈'(알레)에서 "우리는 일직선으로 진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화석이나 최신 DNA의 자료에 의하면 인간과 유인원은 한 줄로 늘어선 계보가 아니라 여러 가지로 갈라지는 계통수(系統樹)의 형태로 진화했다. 계통수란 진화에 의한 생물의 유연관계를 나무에 비유해 나타낸 그림을 말한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현생 영장류는 침팬지와 보노보다. 인간과 이들 대형유인원은 800만년에서 600만년쯤에 있었던 공통의 조상에서 갈라졌다. 그 이후로도 인류의 계통은 복잡하게 분화했다. 호모속(Genus Homo)에 속하는 수많은 인류 조상이 지난 300만년 동안 등·퇴장을 거듭했고, 20만년 전 마침내 현생 인류인 사피엔스가 나타났다.

당시 사피엔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저자는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라이징스타 동굴'에서 '호모 날레디'라는 새로운 인류를 발견했다. 20만~30만년 전, 현생 인류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호미닌(사람족)이었다. 이들은 시기뿐 아니라 현생 인류와 비슷한 공통점을 가졌다.

뇌가 침팬지보다 약간 큰 수준이었지만 나머지 외형은 현생 인류와 흡사했다. 또한 도구를 사용하고, 불과 난로를 사용했다는 점에서도 인류와 비슷했다. 매장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도 추정됐다. 이런 증거는 호미닌 진화에서 상식으로 통했던 '뇌가 커야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호모 날레디의 발견은 2020년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이 선정한 10년간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 '상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저자는 "날레디 문화의 발전은 우리 조상들, 즉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 존재했던 호미닌들이 결국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가라는 궁금증을 해결해줄 열쇠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우리가 발견한 화석의 연대가 20만~30만년 전이므로, 두종(사피엔스와 날레디)이 아프리카에 공존했을 가능성이 확실히 열렸다"고 덧붙인다.

김정아.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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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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