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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리정 "'스우파3' 자신 없었다, 머리 한대 맞은듯한 충격"

기사입력 2025-07-27 13:03


[인터뷰①] 리정 "'스우파3' 자신 없었다, 머리 한대 맞은듯한 충격"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net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이하 스우파3)'을 마친 댄서 리정을 만났다.

'스우파3'는 전세계 센 언니들의 자존심을 건 글로벌 춤 싸움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스우파'에서 YGX리더로 출격, 세마파이널까지 진출했던 리정은 이번에는 라치카 가비, 원트 효진초이, 웨이비 노제, 홀리뱅 허니제이, 훅 아이와 함께 크루 범접을 결성해 배틀에 임했다. 범접은 호주 크루 에이지 스쿼드, 미국 크루 모티브, 일본 크루 알에이치도쿄와 오사카 오죠 갱, 뉴질랜드 크루 로얄패밀리와 맞붙었다. 이들은 배틀 초반 최약체로 지목됐던 굴욕을 딛고 메가 크루 미션을 통해 시리즈 사상 최초의 1500만뷰 기록을 남기는 등 선전했으나, 아쉽게도 세미파이널에서 탈락했다.


[인터뷰①] 리정 "'스우파3' 자신 없었다, 머리 한대 맞은듯한 충격"
─ '스우파' 시즌 1과 시즌 3가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참여 과정에서 다른 점이 있었나, 끝낸 후에도 다르게 다가왔나.

▶ 사실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마음으로 경쟁에 임했고 너무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저 자신보다, 저를 둘러싼 배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댄서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고, 춤에 관련한 콘텐츠가 문화적으로 많이 발전했고, 그리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라는 거요! 또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만큼, 혹은 우리보다 더 춤을 사랑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다르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창작하는 과정에서는 모두가 다 역할이 있고, 구성원들의 감각이 다 반영되기 때문에 리더일 때와 팀원일 때 차이는 크게 없었는데 '최종 결정을 누가 하느냐'의 차이 정도만 있었어요.

─ 댄서의 위상이 올라간 것을 일하면서도 많이 체감했을 것 같다.

▶ 사람들의 달라진 인식 속에서 그런 부분을 많이 발견해요. 사람들이 이 안무가 누구의 창작물이냐를 궁금해 하시는 것도 그렇고, 안무가의 오리지널 버전을 보고 싶어 하시는 것까지. 그런 부분들이 꿈 같아요.

─ '스우파' 시즌 1이 대성공을 거뒀다. 리더즈 멤버들은 재출연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저도 그런 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춤은 저의 자아나 다름 없거든요. 제 자아를 실현하는 판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고, 만에 하나 잘해봤자 본전이고 잃기만 하게 되더라도 상관 없었어요.

─ 탈락 심경이 어땠나.

▶ 네. 물론 제가 많이 울긴 했지만 후회의 감정은 없습니다. 패배감에 운 건 절대 아니고요. 댄서로 활동하는 내내 영상 작업을 훨씬 많이 해서, 라이브 무대의 기회가 저에게는 매우 소중했어요. 생중계라는 점도 설레지만, 무대라는 자리가 있으면 가족들과 친구들도 초대할 수 있고 그 앞에서 춤으로 저를 표현할 수 있잖아요. 무대 위에서, '제가 여러분들 덕분에 여기 있습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꼭 파이널에 가고 싶었어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만한, 그만큼 명분 있고 영광스러운 자리가 또 없으니까요. 그걸 못 한다는 사실이 슬펐고, 언니들과 투닥거리면서 밤낮 없이 함께 춤추고 경쟁하는 일은 이제 마지막이란 생각에 아쉬웠고요. 그래도 그 슬픔이 오래 가지는 않았어요. 콘서트도 있고, '우리 언니들이랑은 계속 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잘 넘긴 것 같습니다.


[인터뷰①] 리정 "'스우파3' 자신 없었다, 머리 한대 맞은듯한 충격"
─ '스우파' 시리즈는 자존심 싸움으로 시작해 자존감의 완성으로 끝났다. 그 핵심 스토리를 만든 건 리정이 아니었을까.

▶ 정말 기뻐요. 제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게 영광이고, 말씀하신 대로 저도 '스우파' 초반에는 자존심과 자신감이 반반 섞인 마음으로 임했어요. '네가 잘하냐, 내가 잘하냐'의 문제를 두고 겨루다가 결국은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내가 지금 당장 너보다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이것을 어떻게, 얼마나 오래 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고요. 경쟁을 치르면서도 그 과정에서, 그리고 이 긴 여정에서 우리 모두가 다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그 자리에는 경쟁이 남지 않았어요. 자기 자신과의 이야기만 남은 거죠. 내가 포기할 것인지, 포기하지 않을 것인지. '스우파'라는 프로그램이 순기능을 다 흡수하고 탈락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 '스우파' 덕분에 춤 문화가 굉장히 대중화된 게 사실이다.

▶ 맞아요. 저희 업계에서만 쓰는 용어도 그렇고, 우리만 알고 있던 걸 모두가 알게 되었을 때의 감동이라는 게 있잖아요. 음지의 예술이 양지화되는 과정을 직접 봤고, 그 안에 있었기 때문에 이보다 더 꿈 같을 수는 없어요. 이건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 댄서로 일하는 동안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

▶ 구체적인 예상은 못했지만 춤이 언젠가 메인 스트림이 될 거라는 건 믿었어요. 왜냐하면 춤은 생각보다 일상에 녹아들어 있고, 우리 모두가 춤과 함께 생활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일상화되는 예술은 무조건 양지로 올라갈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언젠간 그렇게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요.

─ 마지막으로, '스우파' 시즌 1과 시즌 3가 각각 나에게 남긴 것은?

▶ 시즌 1은 제 인생을 바꿨고 시즌 3는 제 신념을 바꿨어요. 신념을 바꿨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면, 저는 무조건 자신 있어야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사실 '스우파' 시즌 3 때 저는 정말로 자신 있어서 할 수 있다고 외쳤던 게 아니라 사실 자신 없었음에도 그냥 외친 거더라고요. 하지만 의외의 포인트에서 터진 게 많았고, 자신이 없어도 무언가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없어도 용기를 내보는 것도 중요한 자세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그럼에도,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라는 가능성을 봐서.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도 응원해 주고 좋아해 준다는 사실에 감사했어요. 결국 '스우파' 시즌 1과 시즌 3, 프로그램을 봐주신 분들과 춤에 관심을 가져 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한 여정이었습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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