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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한국이 힘들어 미국으로 이민간 성소수자 남성이 등장했다.
지난 4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327회에는 미국에서 항공 조종사로 일하고 있는 사연자가 출연했다.
이수근이 고등학교 시절 한국에서 힘들었던 일이 이민 결정에 영향을 준 것이냐고 묻자, 사연자는 그렇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여성스럽다고 아이들한테 많이 놀림당하고, 왕따당하고, 맞기도 하고, 친구 없이 그렇게 살았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며, 고2 때 처음 사귄 친구가 자신과 어울리자 다른 아이들로부터 사연자의 애인이냐며 놀림당하는 상황을 마주한 후 '한국에서는 잘 못 살 것 같다. 외국에 보내달라'고 해서 한국을 떠났다고 밝혔다.
사연자는 "처음에 캐나다 가서 '한국' 자체가 싫어서 옛날 기억을 다 버렸다. 졸업 앨범, 노래 테이프, CD. 한국 사람 절대 안 만났다"라고 말했다.
이에 서장훈은 "한국에 있었을 때 괴로웠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기억이나 모든 걸 지워버리기 위해서 한국어도 안 쓰고 한국 사람도 안 만나고 이러다 보니까 말이 이렇게 됐을 수도 있겠다고 이해가 된다"라며 한국말이 서툰 사연자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캐나다 생활이 어땠냐고 묻는 이수근에게, 사연자는 "쉽지 않았다. 교회에서 커밍아웃하고 쫓겨났다"고 답했고, "나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고, 맞는 것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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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도 밝혔냐"라는 서장훈의 질문에, 사연자는 "얼마 안 됐다. 떳떳하게 나 자신 위해서 살겠다 했는데도 가족들한테도 말을 못 하겠더라"라면서, "동생한테 먼저 말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결혼해서 남편과 10년 동안 있었다가 2년 전에 이혼했다"라고 밝혔다.
사연자는 30대 후반부터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부모와 나누지 못 것에 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님을 잃더라도 커밍아웃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말했는데 난리가 났다. 소리 지르고, 울고"라며, "작년에 둘이 서울 퀴어퍼레이드 가서 다른 게이 부모들을 만나고 나한테 한 말이 '네가 게이로서 이 세상을 이렇게 힘들게 살아온 걸 몰랐다'"라고 했고, "그때부터 엄마, 아빠하고 더 말하게 됐다"라면서, "마음이 많이 풀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서장훈은 "부모가 가장 넘기 힘든 벽이다"라면서 "가장 큰 벽을 넘었네"라고 위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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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들은 서장훈은 "여러 가지로 가슴이 아프다", "어릴 때부터 얼마나 고생했냐. 이게 본인이 내 맘대로 바꾸고 어쩌고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라며 "마음을 더 편안하게 가지면 한국을 대하기가 편해지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이수근은 "네가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사연자는 "내 사진이 로맨스 스캠에 지금 사용되고 있다"라면서 로맨스 스캠의 당사자가 본인이 아님을 해명하고 싶다고 부탁했고, 서장훈은 시청자들에게 "속지 말라"라고 메시지를 전하며 그의 부탁에 응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