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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원조 '국민 MC' 임성훈이 데뷔 50주년 '세상에 이런 일이'와 함께 한 26년 세월에 대해 이야기 했다.
유재석의 데뷔를 지켜본 대선배 MC 임성훈은 '가요톱10' '사랑의스튜디오' 등 1975 데뷔부터 지금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TV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임성훈은 26년간 진행하던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내려왔다. 국내 프로그램 최장수 MC로 26년이라는 대장정을 마무리한 임성훈.
데뷔 50주년인 임성훈은 "축하를 받아야 하는 거 맞냐. 50주년이 지났다는 건 그만큼 나이를 많이 먹어서 기력이 떨어질 땐데, 그래도 이렇게 악착같이 버티는 거 보면 스스로 대단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임성훈은 "제가 연세대 응원단장으로 무대에 섰던 게 만 52년이 됐다"라 했다. 1973년도 응원단장이었던 임성훈은 여전히 건장한 모습으로 호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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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타이, 태권도, 복싱, 쿵후 등을 섭렵한 임성훈은 '연예계 싸움 1인자'라는 소문이 있었다. 임성훈은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게 아무 죄도 없는데 남에게 맞는 거 아니냐. 체격이 작아 많아 맞았다. 억울해서 밤새 울먹거리다가 주변에서 '태권도'를 추천해주더라. 등록비를 마련해서 하교 후에 태권도 학원으로 직행했다. 1년쯤 다니니까 어느정도 요령을 알겠더라"라 했다.
매일 괴롭히던 친구에 복수를 성공한 임성훈은 "그다음날부터 걔가 복도에서 마주치면 피해가더라. '운동이라는 게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구나' 하고 운동을 시작한 거다. 그이후로는 별로 싸움을 안했다. 저도 딱히 소문을 내진 않았다"라고 웃었다.
69학번 학생에서 응원단장에 된 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임성훈은 "연세대 졸업할 때쯤 당시 TBC 프로듀서에게 연락이 왔다. 유명한 학생들을 모아서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거다. '살짜기 웃어예'라는 제목이었다. 우리나라 개그 프로그램의 시초다"라 설명했다.
'임성훈의 시계'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임성훈은 "생방송 프로그램을 하면 일찍 가야 하지 않냐. 적어도 방송 2시간 전엔 갔다. MC가 안오면 제작진도 불안하지 않냐"라 했다. 이에 유재석은 "말씀하신대로 그 당시엔 미리 나가면 '부지런하네, 성실하네' 했는데 이젠 너무 일찍 가면 안된다. 부담스럽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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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의 큰아들은 '런닝맨'을 연출했던 임형택 PD가 됐다고. 유재석은 "내가 그런 얘기를 알았으면 임형택 PD에게 더 잘해줄 걸"이라며 격하게 공감했다.
임성훈은 신혼여행도 방송차 부산으로 갔다고. 그는 "내가 방송하는 사이 아내 혼자 부산을 구경하다가 끝나고나서야 같이 놀고 서울에 곧장 올라왔다"라 했고 유재석은 "요즘엔 그러면 인터넷에 글 올라온다"라고 빵 터졌다.
임성훈은 "그동안 제대로 못 한 사람이 미안해 해야 하는데 '할아버지 때문에 여행와서 좋지? 할아버지가 이런 사람이야'라 한다. 많이 가지고 못해는데 큰 소리를 쳤다. 그러면 아내가 꾹 찌른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수많은 방송 중 무려 26년을 진행한 '세상에 이런 일이'. 임성훈의 50년 방송 인생에서 반 이상을 함께 한 프로그램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순간이 제일 힘들었다'는 임성훈은 평소 '세상에 이런 일이'를 사랑하셨던 어머니를 위해 당장 캐나다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참고 녹화를 진행했다.
그는 "여동생 부부가 캐나다에서 산다. 어머니가 여동생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가셨는데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방송국에 다시 전화해 '내일 녹화하러 갈게요'라 했다. 그래서 비행기표를 바꾸고 녹화를 하러 갔다. 눈이 말도 못하게 부었다. 방송할 얼굴이 아니었다. 하필 마지막이 노모에게 효도하는 아들 사연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에 참았던 눈물이 올라왔다. 녹화를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다"라며 그때가 생각난듯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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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녹화를 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던 임성훈은 "그날 아침에 일부러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이 세상에 천년만년 하는 프로그램이 어딨냐.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인데. '오늘도 끝에 불과한 거다'라고 애써 생각하고 담담하게 녹화 잘 했다"라 했다.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한 임성훈에 모든 스태프도 자리를 함께하며 26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임성훈은 "26년이라는 세월이 참 길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깨버리는 한 여름 밤의 꿈 같았다"라 털어놓았다.
이후에도 허전함을 느꼈던 임성훈은 "녹화날마다 약속을 잡고 나갔다. 한 가지 일을 50년하는 게 보람있고 좋았는데 그만 둔 다음에 뭘할까가 어렵더라. 미리 준비해놨음 좋았을텐데 못했다. 아직까지 해답을 찾고 있다"라 했고 유재석은 "오늘 나와서 해주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끝'에 대해 생각이 든다"라 공감했다.
'못다 한 클로징 멘트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임성훈은 "상상을 하고 예측해서 마음을 가불하는 게 어렵더라. 그래도 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고마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정말 여러분 덕이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shy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