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맑눈광'이라는 소리 많이 듣죠"…임시완, 운명이 점지해 준 '사마귀'(종합)

기사입력 2025-10-01 08:01


[SC인터뷰] "'맑눈광'이라는 소리 많이 듣죠"…임시완, 운명이 점지해…
사진=넷플릭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임시완(37)이 지금껏 본 적 없는 MZ 킬러로 얼굴을 갈아 끼우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넷플릭스 범죄 액션 영화 '사마귀'(이태성 감독, 씨앗필름 제작)에서 천부적인 재능의 A급 킬러 사마귀 이한울을 연기한 임시완. 그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사마귀'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각별한 노력을 전했다.

'사마귀'는 모든 룰이 무너진 살인청부업계에 긴 휴가 후 컴백한 A급 킬러와 그의 훈련생 동기이자 라이벌 그리고 은퇴한 레전드 킬러가 1인자 자리를 놓고 벌이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23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길복순'(변성현 감독)의 스핀오프 영화다.

특히 '사마귀'에서 살인청부업계의 대기업 MK ENT. 소속 킬러를 연기한 임시완이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긴 휴가에서 돌아왔지만 대표가 죽고 회사는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소식을 듣고 새로운 회사를 차려 업계의 1인자가 되기로 결심하는 캐릭터 사마귀를 연기한 임시완은 본격적인 액션 장르에 도전, 사마귀라는 명칭에 맞게 양손에 낫을 들고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선보여 존재감을 드러냈다.


[SC인터뷰] "'맑눈광'이라는 소리 많이 듣죠"…임시완, 운명이 점지해…
사진=넷플릭스
변성현 감독이 '길복순' 촬영 당시 사마귀로 목소리 임시완의 출연을 논의하면서 시작됐다는 '사마귀'. 임시완은 "사마귀는 '길복순'에서 시나리오 지문에 나오기도 했고 심지어 대사도 있었다. '길복순'을 촬영할 때 변성현 감독이 목소리 출연을 부탁하기도 했는데 최종적으로 그 신이 완성본에 들어가지 않게 됐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사마귀를 아껴놓고 싶다고 하더라. 이후에 '사마귀'라는 작품이 나오면 그때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 그게 좋은 취지라고 생각이 들었고 내게도 충분히 납득됐다"며 "실제로 나는 변성현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내가 사마귀이구나'라며 인지하며 지내고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이 작품을 기다려야겠다 싶었고 운명이 점지해 준 것이라는 생각까지도 했다. 나는 이미 '사마귀로 점지가 됐구나' 싶었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그렇게 있었고 실제로 '사마귀'가 만들어져 지금의 자리에 온 것 같다"고 출연 과정을 밝혔다.

'사마귀'는 '길복순' 세계관을 관통하지만 변성현 감독이 연출하는 대신 각본에 참여했다. 대신 변성현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조연출 출신 이태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에 임시완은 "변성현 감독이 연출을 맡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하게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느낌이었다. 온전히 변성현 감독이 '사마귀'를 연출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다른 옵션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 당혹스러움은 있었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이 이태성 감독에 대해 설명을 잘 해줬고 무엇보다 본인과 같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조감독 출신이라는 이야기에 믿음이 갔다. 이 세계관을 잘 이끌 것 같았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이어 "아무래도 변성현 감독이 이태성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혼돈이 많이 올 것 같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연출에 있어서 더 조심하는 부분이 보였다. 온전히 이태성 감독을 믿어주려고 했다"며 "물론 내가 느낀 변성현 감독과 이태성 감독의 차이는 있다. 이태성 감독은 감정에 민감한 감독인 것 같더라. 감정 캐치를 잘한다. 특히 이한울과 신재이(박규영)의 관계와 감정선에 대해 호기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내가 감정 신에 대해 테이크마다 연기를 다르게 했을 때 어김없이 캐치를 다 했다. 이 감독은 섬세한 감정선을 다루는구나 싶었다"고 곱씹었다.

킬러 이한울을 분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는 임시완은 "이한울 특유의 텐션을 올리기 힘들었다. 이한울 같은 텐션이 평상시에는 없다. 허세스럽고 본인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밝은 척을 해야 했다. 필연적으로 붕붕 떠서 설레발 치고 호들갑 떠는, 그리고 유난 떠는 캐릭터로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게 억지로 띄우는 게 은근 에너지가 많이 들더라. 대사 긴 신을 찍고 나면 그날 진이 다 빠질 정도였다. 그래도 내 장기가 하나에 집중해 파고들고 분석하는 것이다. 운에 기대고 싶지 않아 캐릭터에 파고들며 고민하는 편이다. 주변에서 그런 내 모습에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많이 말하더라"고 말했다.


[SC인터뷰] "'맑눈광'이라는 소리 많이 듣죠"…임시완, 운명이 점지해…
사진=넷플릭스

[SC인터뷰] "'맑눈광'이라는 소리 많이 듣죠"…임시완, 운명이 점지해…
사진=넷플릭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17)과 '길복순'의 인연이로 '사마귀'에 특별출연한 설경구, 전도연과 만남도 빠질 수 없다. 임시완은 "설경구 선배는 '불한당' 이후 오랜 만에 만나서 더 많이 반가운 마음이 컸다. 설경구 선배가 현장에 올 때마다 위안이 많이 됐고 마치 정신적 지주 같은 느낌이다. '사마귀'에서 혼자 가지고 가야 할 책임감이 많았다면 설경구 선배가 현장에 오는 것만으로 그 부담이 분담 되는 기분이었다"며 "전도연 선배와 만남도 영광이었다. 전도연 선배와 작품은 두 번째이지만 대사를 맞춰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게 내게 있어서 기념비 같은 순간이었다. 전도연 선배는 눈빛 하나에 힘이 상당하다. 그런 순간이 작품 속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연극을 할 때에도 온전히 드러나더라. 어떻게 그 에너지와 텐션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 배우로서 신비감을 유지하는 것과 개인적인 나로서 인간미를 가지는 것 둘 다 보여주는 게 쉽지 않다. 땅에 발을 붙인다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 밸런스를 어떻게 지키느냐가 나 역시 평생 배우로서 숙제다. 전도연 선배는 그걸 누구보다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고 감탄을 자아냈다.

'사마귀'와 동명이작인 SBS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시완은 "동명이작이다. 보통 작품이 나올 때 주변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딱 그 시대에만 듣는 이야기인데 드라마가 먼저 나오면서 아주 일찍부터 '사마귀'에 대한 안부를 많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드라마 봤는데 임시완은 언제 나오냐며 묻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를 보기 위해 드라마 '사마귀'를 본 분도 많더라. 동명이작의 좋은 효과이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그는 "고현정 선배가 연기하는 사마귀가 궁금해 나도 드라마를 찾아봤다. 고현정 선배가 연기한 사마귀도 재미있게 흘러 가는데 특히 고현정 선배 나올 때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압도됐다. 당연히 진짜가 아닌데 진짜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봤다. 어떤 사마귀든지 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C인터뷰] "'맑눈광'이라는 소리 많이 듣죠"…임시완, 운명이 점지해…
사진=넷플릭스
임시완은 지난해 열린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공약으로 이듬해 시상식 축하무대를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지난 7월 열린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롤 선보여 시상식의 재미를 높였다. 이에 임시완은 "정말 과장 없이, 담백하게 내 인생에서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다. 가장 떨리는 순간이고 아득했던 순간이었다. 그만큼 긴장됐던 순간은 없었고 그 무대를 하고 나서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겠다 자신감이 생긴 무대였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청룡시리즈어워즈 무대가 객석과 굉장히 가까웠는데, 그래서 무대에서 객석에 앉은 선배들과 눈이 마주쳤다. 사람들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지 않나? 그 기운을 느낄 만한 충분한 거리였다. 그 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어마무시했다"며 "지난해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축하 무대가 정말 잘 꾸며졌는데 그걸 보고 신나서 했던 공약이었다. 앞으로는 혹시나 준비되지 않았던 순간에 호명돼 무대에 오르더라도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하고 싶은 말이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때는 SNS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모든 게 다 나의 업보라는 생각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청룡시리즈어워즈 작가들도 참 대단하더라. 내가 히트곡이 많이 있는 가수도 아니었는데 그런 내게 축하무대로 10분을 할애하고 시간을 더 써도 된다고 했다. 온전히 나에게 맡긴 작가의 기백이 놀라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병헌에 헌정하는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그 무대를 끝낸 뒤 진지하게 '다시는 이병헌 선배 집에 못 가게되겠구나' 생각했다. 이 무대로 좋아하는 선배 한 분을 잃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끝나고 바로 이병헌 선배에게 전화했는데 '재미있었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그때 내가 긴장이 너무 심해서 마냥 재미있게 보셨던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분위기를 느꼈다. 내가 선 넘은 것은 아닌가 후회하기도 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생각을 가진 와중에 미국 행사에서 이병헌 선배를 만났다. 그 행사에서 나는 영어로 스피치를 해야 했는데, 영어를 실수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가 내 앞에 이병헌 선배가 앉아 있는 걸 목격하게 됐다. 그때 머리가 새하얗게 됐다. 이병헌 선배가 그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더라"며 "결론적으로는 아름답게 다시 선배집에 놀러 갈 수 있게 됐다"고 해피엔딩을 전했다.

최근 이병헌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박찬욱 감독) VIP에 초대된 사연도 털어놨다. 임시완은 VIP 시사회가 끝난 뒤 뒤풀이에 참석, 이병헌의 아내 이민정, 손예진의 남편 현빈에게 '부부가 서로 다른 부부 연기를 보면 어떤 기분이냐?'라는 후배로서 귀여운 질문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는 후문. 이에 "'이병헌 선배가 또 내 이야기를 했구나' 싶었다. 나를 '질문봇'으로 생각했구나 싶더라. 나름 술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농담이 기사로 다시 확인을 하게 될 줄 전혀 몰랐다. 선배들에게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했던 농담 섞인 질문이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철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가볍게 느낀 의문이기도 해서 여쭤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실제로 그렇지 않나? 내가 익히 봐왔던 선배들 네 분이기도 하고, 게다가 내겐 이병헌과 이민정, 손예진과 현빈 커플이 익숙한 짝이다. 익숙한 짝이 있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는데 작품에서 다른 짝으로 만나니까 이질감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내도 아직 부족하다 생각하긴 했다. 나도 연기하는 사람인데 아직 부족하고 더 성장하고 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단지 이질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사마귀'는 임시완, 박규영, 조우진 등이 출연했고 '경관의 피' '더 킹' 조연출 출신 이태성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지난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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