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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태풍상사'가 시청자들에 온기를 전달하고 있다.
김민하는 '오미선'의 시그니처로 아가일 니트를 택했다. 깔끔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으로 '일과 가족밖에 모르는 현실 갓생'을 완성했다. 화려한 화장 대신 수수한 얼굴에 단정한 헤어스타일은 자신을 꾸미는 것보다 성실하게 해야 할 일을 택한 미선의 일상을 표현한다. 김민하는 "미선이는 자신을 꾸미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일과 가족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화장기 없는 얼굴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으면 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노력은 '태풍상사' 전반의 공기와 맞닿아 있다. 고마진(이창훈) 과장의 그 시절 넥타이, 차선택(김재화) 차장의 갈매기 눈썹과 입술 산을 딴 립 메이크업, 구명관(김송일) 이사의 잠자리 안경과 팔토시, 배송중(이상진) 대리의 '별은 내 가슴에' 강민 헤어 등 90년대 거리를 활보하던 사람들과 을지로 직장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복원됐다. 뿐만 아니라, 그 시절 연애 프로그램 속 출연자 등이 구사하는 서울 사투리는 언어의 질감까지 완벽히 구사하며 세대 공감을 자극했다. 장현 작가는 "태풍상사의 사무실 고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물들의 성격에 따라 소품도 조금씩 달라서 그런 부분을 함께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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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도 놀란 디테일은 부산 에피소드에서 나왔다. 태풍이 발굴한 슈박 안전화의 밑창에는 "최고의 품질을"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70~90년대 '신발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해당 산업의 중심지였던 부산의 역사와 장인 정신을 담은 상징으로 '최고의 디테일'로 꼽혔다. 이런 생생한 생활사 복원 덕분에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장면 하나하나가 타임캡슐 같다"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장현 작가는 "'태풍상사'를 통해 사랑과 사람 사이에 있었던 따뜻한 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이 작품은 태풍 같은 위기 한가운데서도 서로를 지켜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태풍 아버지의 부의함을 지켜내기 위해 한마음이 된 태풍상사 식구들과 친구 남모(김민석), 밤새 창고 보수 공사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태풍의 생일을 챙겨주던 직원들과 힘든 생일을 보낸 뒤 장미꽃 선물로 위로해주던 미선, 아버지의 26년을 지키겠다는 청년 태풍이 기특해 손해를 감수하고 원단을 맡아준 백기사(조상구), 그리고 집이 망해 야반도주한 친구에게 지갑과 시계 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준 태풍의 진심 등 이 모두가 그 시대를 버티게 한 사람의 온기였다.
제작진은 "이번 주에도 태풍상사에는 97년의 사람들과 삶, 온기가 함께 한다"라며 "또 어떤 추억의 아이템과 생활 풍습으로 여러분들을 타임머신에 태우게 될지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태풍상사'는 매주 토, 일 오후 9시 10분 tvN에서 방송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