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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이 9년 만에 우리 연극으로 다시 중국 관객을 만났다. 국립극단 연극 '십이야'(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각색·연출 임도완)가 지난 달 24~25일 중국 베이징 중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틀 동안 2회 공연은 모두 전석 매진됐으며 774명의 중국 관객이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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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은 2016년 베이징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공연한 이후, 9년 만에 '십이야'로 다시 밟은 중국 땅에서 한국 연극의 세계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번 중국 공연 '십이야' 역시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틀 동안 2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킨 공연은 상연 시작 전부터 포토월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중국어로 표기된 자막을 빠르게 읽어내며 극의 흐름과 배우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반응했다. 동시 자막으로 대사의 뜻과 극의 서사를 이해해야 하는 관객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모티콘을 넣거나 극적 흐름에 따라 폰트 크기에 변주를 주는 등 무대 위의 유쾌함을 자막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일부 장면에서는 때로 자막이 나오기 전부터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웃음과 박수가 러닝타임 125분 동안 끊이지 않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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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를 주관하는 베이징청년희극공작자협회 런위안 비서장은 "2010년 극단 죽죽의 '멕베스'와 2012년 양손프로젝트의 '개는 맹수다' 이후, 13년 만에 다시 '십이야'로 한국 연극을 초청하게 됐다. '십이야'는 배우의 신체 움직임이 돋보이고 동양적 요소가 짙게 더해진 연극으로 동일 아시아 문화권에 있는 중국 관객들의 충분한 공감과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큰 성공을 거둔 공연이자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인 점도 '십이야'를 초청작으로 선정하는 데에 중요한 결정 사유가 됐다"라고 말했다.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특정 국가와 문화를 넘어 연극이 인류가 함께 살아낸 시대와 인간 본연의 이야기를 한다면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연극과 창작자들은 이미 뛰어난 예술적 자질과 우수한 실력 지니고 있다. 변화에 빠른 적응력과 예술적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진보적인 태도도 한국 연극 프로덕션이 가진 장점이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놓는 데에 필요한 이러한 능력들이 이미 모두 갖춰진 가운데 한국 연극을 세계에 각인할 수 있도록 국립극단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