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韓영화 거장부터 떠오르는 신예까지…감독상·신인감독상, 역대급 트로피 쟁탈전

기사입력 2025-11-10 07:21


[청룡영화상] 韓영화 거장부터 떠오르는 신예까지…감독상·신인감독상, 역대…
감독상 후보 민규동(파과), 박찬욱(어쩔수가없다), 연상호(얼굴), 우민호(하얼빈), 필감성(좀비딸)(가나다 순). 사진 제공=NEW, 수필름, CJ ENM,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영화를 이끌어 온 감독들이 '청룡'의 밤을 환하게 밝힌다.

11월 19일(수)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개최되는 제46회 청룡영화상은 감독상과 신인감독상 트로피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올해 후보로 오른 감독들은 독창적인 연출력과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으로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작품의 스펙트럼 또한 매우 다채로웠다.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스릴러부터 따뜻한 인간미를 전하는 드라마, 그리고 장르적 실험과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은 작품까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경쟁이 예고된다.

"한계를 넘어선 도전"...감독상 후보, 역시 韓영화 거장들은 달랐다

◇'파과' 민규동 감독

민규동 감독은 '파과'를 통해 감각적인 공간 연출은 물론,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음악, 다채로운 의상까지 더해 관객들에게 밀도 높은 스크린 경험을 선사했다. 60대 킬러 조각을 연기한 이혜영과 투우로 분한 김성철의 맨몸 액션 장면도 드라마틱하게 담아내며,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허스토리', '내 아내의 모든 것', '간신' 등으로 장르적 스펙트럼을 넓혀 온 그는 '파과'를 통해 자신의 연출 역량을 한층 공고히 했다.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은 '어쩔수가없다'로 또 한 번 자신만의 독보적인 연출 세계를 보여줬다.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작품은 갑작스러운 실직을 겪은 평범한 가장의 필사의 생존극을 담았다. '공동경비구역 JSA', '쓰리, 몬스터' 이후 21년 만에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이병헌을 비롯해 결혼과 출산 후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손예진, 명품 열연을 펼친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등과도 최상의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얼굴' 연상호 감독

제작비 2억 원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누적관객수 107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각장애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씨로 도장을 만든다는 독특한 설정, 친아들조차 얼굴을 본 적 없는 인물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긴장감 있게 펼쳐졌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선명한 주제 의식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등과의 완벽한 호흡으로 작품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하얼빈' 우민호 감독

우민호 감독은 '하얼빈'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 촛불을 켰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등으로 과거부터 현대까지 우리 사회를 꿰뚫는 작품을 선보여온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안중근 장군과 대한의군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굳건한 심지로 거사를 행했던 장군 안중근의 면모는 물론, 인간 안중근의 고뇌와 결단, 동료들과의 끈끈한 연대까지 깊이 있게 다뤘다. 장군 안중근 역에 현빈을 캐스팅한 선택 역시 빛을 발했다. 우민호 감독은 "현빈이 곧 안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힘들어도 버티고 이겨낼 거란 믿음이 있었다"며, 배우를 향한 깊은 신뢰를 느끼게 했다.

◇'좀비딸' 필감성 감독

필감성 감독이 '피'(Blood)감성을 뒤로하고, 사랑스러운 웹툰 코미디 가족극 '좀비딸'로 컴백했다. '인질', '운수 오진 날' 등 웰메이드 스릴러로 주목을 받았던 그는 '좀비딸'에선 가족애와 유머, 재난물 특유의 긴장감 있는 전개를 조화롭게 담아냈다. '엑시트', '파일럿'의 연이은 흥행으로 '여름의 남자'로 등극한 조정석과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싱크로율 높은 비주얼로 놀라움을 안겼던 이정은, 귀여운 좀비딸로 변신한 최유리, 현실밀착형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 윤경호, 달콤 살벌한 반전 매력을 자랑한 조여정과 함께 누적관객수 563만 명을 동원, 올해 한국 영화 최다 누적관객수를 달성하는 영예도 누렸다.


[청룡영화상] 韓영화 거장부터 떠오르는 신예까지…감독상·신인감독상, 역대…
신인감독상 후보 김민하(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김수진(노이즈), 김혜영(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박준호(3670), 장병기(여름이 지나가면)(가나다 순) 사진 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바이포엠스튜디오, 엣나인필름
"공포로 흔들고, 드라마로 위로하다"…신인감독상 후보, 韓영화 차세대 주자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김민하 감독

김민하 감독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에 오싹한 호러와 유쾌한 코미디를 녹여냈다. 기존 공포 영화에서 상징적 장치로 자주 사용되던 비디오테이프와 학교 괴담을 결합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공포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이와 함께 아메바 소녀들을 연기한 김도연, 손주연, 정하담, 강신희 등 신인 배우들의 남다른 텐션과 '젠지력'을 담아내며 극의 흐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작품의 성적 또한 눈에 띈다.

◇'노이즈' 김수진 감독

김수진 감독의 공포 스릴러 '노이즈'가 관객들의 심장을 제대로 저격했다. 개봉 두 달 만에 누적관객수 170만 명을 돌파하며, 올여름 침체돼 있던 극장가에 깜짝 흥행 돌풍을 몰고 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층간소음'과 '아파트'라는 소재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입소문 화력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 첫 공포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이선빈을 비롯해 김민석, 한수아, 류경수 등 배우들의 열연도 정교하게 포착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김혜영 감독

김혜영 감독이 시리즈물이 아닌 장편 영화 연출로 반가운 도전에 나섰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엄마를 잃은 고등학생 인영(이레)이 집세가 밀려 쫓겨나자 자신이 속한 예술단에 숨어 살다 깐깐한 예술감독 설아(진서연)에게 들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혜영 감독은 두 주인공이 얼떨결에 함께 살게 되면서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또한 각자가 겪는 삶의 고됨과 인간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건넸다.

◇'3670' 박준호 감독

올 하반기 가장 뜨거운 화제작 중 하나는 박준호 감독의 '3670'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670'은 탈북자 성소수자인 청년 철준(조유현)이 소속과 관계를 갈망하는 감정선을 세밀하게 풀어냈다. 박준호 감독은 소수자의 삶을 현실감 있게 조명하며 낯선 삶에 깊이 공감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강렬한 몰입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다. 국내 첫 성소수자 홍석천도 GV에 참석해 "자칫 잘못하면 전형적인 퀴어 영화처럼 될 수 있는 이야기인데, 감독님의 디테일한 연출로 기존의 퀴어 영화들과 다르게 접근해 너무 좋았다"며 작품을 높이 평했다.

◇'여름이 지나가면' 장병기 감독

장병기 감독은 '여름이 지나가면'에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부모의 과도한 관심 속에서 소도시로 이사 온 기준(이재준)과 동네의 문제아 형제들 영문(최현진), 영준(최우록)이 어느 여름날, 도난당한 운동화를 계기로 서로의 세계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장병기 감독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계에 선 아이들의 세계를 예리하게 포착하며, 순수함과 불안이 공존하는 사춘기 소년들의 미묘한 감정을 진정성 있게 풀었다. 나아가 계급과 돌봄, 감정의 서열 등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도 함께 날카롭게 짚어내면서 따뜻한 공감을 잃지 않았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