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입이 짓는 악업; 망어 기어 양설 악구만 줄여도…

기사입력 2025-11-19 07:42

[촬영 고형규]


어제 <나>는 선업을 지었는가 악업을 지었는가. 오늘은 또 어떤 업을 지으며 내일을 사는가. 정답 없는 질문에 성찰하는 시간은 심란할 따름입니다. 애초 악업을 짓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늦은 후회입니다. 소용없는 자책으로 마음에는 주름이 집니다. 한숨짓는 소리만 내면에서 와글와글하고요.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언제까지 이 어리석음을 되풀이하게 될까요.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 업(業)에 대한 사전의 정의입니다. 불교 용어라 하나 사람들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말입니다. 이 가운데 입으로 짓는 악업 네 가지에 눈길이 먼저 가는 건 그 입이 <나>의 입 아닐까 하는 걱정에서입니다. ① 망어(忘語)는 진실하지 못한 허망한 말을 하는 일을 이릅니다. ② 기어(綺語)는 도리에 어긋나며 교묘하게 꾸며대는 것이고요. ③ 양설(兩舌)은 양쪽을 이간질하여 싸움을 붙이거나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일입니다. ④ 악구(惡口)는 남에게 욕하고 험담하여 성내게 하고 번뇌스럽게 하는 일을 뜻하고요. 넷이 죄다 남 일 같지 않으니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음이 분명합니다.

이들 네 가지에 몸과 마음으로 짓는 세 가지씩까지 악업 열 가지를 불교는 십악으로 정리합니다. 한 종교에만 가둬 둘 이유 없는 생각거리입니다. 몸이 짓는 악업으로는 생물을 죽이는 일(살생. 殺生), 남의 것을 훔치는 일(투도. 偸盜), 아내나 남편이 아닌 자와 하는 음탕한 짓(사음. 邪淫)을 꼽습니다. 마음의 악업으로는 탐욕(貪慾), 진에(瞋?. 눈 부릅뜰 진 성낼 에), 우치(愚癡)가 있고요. 탐욕이야 지나친 욕심으로 쉬이 읽히지만 진에와 우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 뜻이 어그러지는 것을 노여워하는 것이 진에이며, 사상에 의혹되어 진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우치입니다. 한자가 힌트를 줍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호순, 『국어를 즐겁게』, BMK(비엠케이), 2021 (서울도서관 전자책, 유통사 ECO)

2. 표준국어대사전

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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