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청룡영화상' 신인 남우상 안보현(왼쪽), 신인여우상 김도연. 여의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제46회 청룡영화상 신인상 레이스의 결말이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드러났다.
올해 신인상 경쟁은 어느 때보다 빼곡했다. 신인 남우상 부문에서는 박진영(하이파이브), 안효섭(전지적 독자 시점), 정성일(전,란), 조유현(3670) 등 세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섯 배우가 치열하게 맞붙었고, 신인여우상 부문 역시 김민주 노윤서(청설), 이선빈(노이즈), 홍예지(보통의 가족) 등 '올여름 극장가를 흔든 얼굴'들이 총출동했다.
아이돌 출신부터 베테랑, 장르 강자까지 모두 모였지만, 청룡은 결국 새로운 얼굴로 가장 강력한 '첫 인상'을 남긴 두 사람을 골랐다. '악마가 이사왔다' 안보현이 신인남우상,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김도연이 신인여우상의 주인공이 됐다.
19일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안보현. 여의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9/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안보현이 기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11.19/
먼저 무대에 오른 안보현은 놀란 듯 벅찬 표정으로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참석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감사드린다.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길구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라며 입을 열었다.
함께한 배우들과 스태프들, 임윤아에게도 진심을 전했다. 안보현은 "저를 빛내준 임윤아 씨, 성동일 선배님, (주)현영, (신)현수, (고)건한 다 감사드린다. 스태프 모든 분들, 길구를 만나게 해주신 이상근 감독님, 백현익 PD님 정말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제가 복싱선수를 계속 하다가 그때 영화 '주먹이 운다'를 보고 배우가 되고 싶어졌다. 이 자리를 삼아서 류승완 감독님, 강혜정 대표님 정말 감사하다는 말 드리고 싶다. 새 식구가 된 에이엠엔터테인먼트도 정말 감사하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은데 제가 따로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에게도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안보현은 "오늘 아버지 생신인데, 귀한 선물 주신 것 같다. 연락을 못 드렸지만 꼭 전화드리겠다. 그리고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께 이 상을 직접 전해드리고 싶다"며 "할머니, 나 상탔다!"라고 외쳤다. .
마지막에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안보현은 "이 상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라고 알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올여름 관객이 먼저 알아본 그 얼굴을 청룡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순간이다.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안보현은 강렬한 이미지를 벗고, 덩치는 크지만 마음은 따뜻한 백수 길구로 완전히 체온을 바꿔냈다. 멍뭉한 매력, 소심함,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우직함까지, 생활 연기, 성장 연기, 코믹 연기를 고르게 쌓아 올린 것. 무엇보다 길구의 서사를 따라가며 점차 단단해지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는 평이 청룡의 선택을 이끌었다.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 여우상을 수상한 김도연이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1.19/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김도연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11.19/
신인여우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김도연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병행한 후, 첫 굵직한 상 앞에서 눈물을 숨길 수 없었을 터다.
김도연은 "연기의 재미를 처음 알게 해주신 선생님, 내가 나를 믿지 못할 때 저를 가장 믿어주셨다. 그래서 힘낼 수 있었다"며 울먹거렸다.
이어 아이오아이, 위키미키로 활동했던 아이돌 시절을 떠올리며 "제가 아이돌로 데뷔를 했다. 무대에서 저를 좋아해주셨던 팬들, 그리고 지금 연기하는 저도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며 떨리는 마음을 함께 나타냈다.
그러면서 "상이 큰 의미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받고 나니 '아, 이런 인정을 받고 싶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 상이 제가 앞으로 연기하는 데 있어서 큰 힘이 될 것 같다.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하지만 주저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도연의 수상은 한 편의 성장 서사였다. 아이오아이를 거쳐 긴 공백기와 위키미키 해체, 유학이라는 재정비의 시간까지. 돌아오는 길이 결코 순탄하진 않았지만, 그 모든 변곡점은 결국 스크린 앞에서 빛나는 첫 장면으로 이어졌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에서 김도연은 영화광 지연을 맡아 유머와 긴장을 교차시키며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완성했다. 비명 대신 감정, 과장 대신 리듬을 택한 김도연의 연기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흔적을 지우고, 청룡 신인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게 했다.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안보현이 기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11.19/
19일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김도연. 여의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9/
이렇게 안보현과 김도연은 청룡에서 새로운 첫 장면을 기록했다. 특히 두 사람의 수상에는 공통된 이유가 있었다. 예상 밖의 캐릭터에서 발견된 '날것의 얼굴'. 안보현은 드라마의 강렬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스크린에서는 무해한 청년 길구로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줬고, 김도연은 아이돌의 잔상을 지우며 공포물 속 생활 연기로 '배우 김도연'이라는 방향을 또렷하게 잡아냈다. 이제 두 신인이 다음 장면에서는 또 어떤 도약의 순간을 장식할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