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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창원시가 내년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을 기념해 추진 중인 여러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창원시에 따르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하는 유명 동시 고향의 봄은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가 1926년 발표했다.
이원수가 유년기를 보낸 창원에서는 매년 고향의 봄을 소재로 한 전시회 등이 열린다.
최근 시는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을 맞는 내년에 '백 년의 봄, 다시 피어나는 창원'을 주제로 연중 기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기념사업 대상에는 '기념선포식', '공모전 및 특별기획전', '친환경 조형물 건립', '웹 드라마 제작' 등 신규 사업을 비롯해 17건이 포함됐다.
이달 현재는 예산상 문제로 공모전·조형물·웹 드라마 사업은 빠지고, 기념선포식 등 13건에 8억9천만원 상당이 편성돼 확정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기념사업 내용이 예산 심의를 전후해 지역사회에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인다.
이원수의 친일 행적 때문이다.
이원수는 1942년 조선금융연합조직회의 국책 기관지인 '반도의 빛'에 학도병 지원을 찬양하는 시 '지원병을 보내며'를 발표하는 등 친일 행적이 드러나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고향의 봄을 둘러싼 사업 추진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진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2011년에도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과 관련해 논란이 잇따라 시가 지원하는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정가는 창작 100주년 사업을 두고 또 한 번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창작 100주년 기념사업에 찬성·반대하는 시민단체가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소중한 정신문화 자산"이라고 주장하거나 "기념사업 즉각 취소"를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순규 창원시의원은 이날 열린 제148회 창원시의회 제3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시민 혈세로 이 사업을 기념할 수 있겠는가. 한 번도 민족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은 사람"이라며 사업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시는 2011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잘 알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사업은 예산 편성 전에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금용 창원시장 권한대행은 "친일은 역사가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사람 전체 궤적에 대한 단죄의 문제와 작가가 친일 작품을 내놓기 이전 남긴 작품의 예술성, 문화성과는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향의 봄 관련 사업을) 매년 해왔고, 지역에는 '고향의봄' 도서관도 있다"며 "개인에 대해 기념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작품에 대한 부분만 기념해서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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