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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남진을 막기 위해 일본에서 미군이 급파됐다. 그러나 "일본인 여자친구, 넘쳐나는 맥주, 군화를 닦아주는 하인"이 있는 병영에서 살던 미군이 중국 내전에서 활약한 정예의 북한군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군은 계속해서 밀렸다.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 카드를 꺼냈다. 휘하 장군들은 반대했다. 긴 해변이 없어 상륙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수간만의 차도 극심했다. 난도 높은 작전을 맥아더는 특유의 고집과 뚝심으로 밀어붙였고, 결국 성공으로 이끌었다.
맥아더는 나르시시스트였고, 감정 기복이 심했으며 과장이 심한 인물이었지만, 군사적 재능만은 탁월했다. 그의 판단 덕택에 전황은 역전돼 미군과 국군은 서울 탈환에 성공했다.
완전한 성공을 꿈꾼 맥아더는 38선을 넘어 북진했다. 미 정보부는 중공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지만, "과시적인" 맥아더는 무시로 일관했다. 문제는 그가 중공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전을 통해 중공군은 이미 "전투 기계"가 돼 있었다.
중공군은 가벼운 군장만 메고 18일 동안 거의 뛰면서 이동할 정도로 체력이 좋았다. 또한 위장술의 천재들이었고, 통신수단 없이 나팔 소리로 공격을 조율할 정도로 합이 잘 맞았다. 무엇보다 겨울 전투에 이미 단련돼 있었다. 반면 미군은 평상시에는 강군이었으나 궁지에 몰리면 잘 싸우지 못했고, 야간 공격을 받으면 당황해 중장비를 두고 도망치기 일쑤였다.
추위와 중공군의 기습에 지친 맥아더 군은 패배를 거듭했다. 중공군은 "무오류의 군사 천재를 바보"로 만들었다. 맥아더의 자존심은 상처로 얼룩졌다. 그가 명성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을 바보로 만든 중공군에 압도적인 패배를 안기는 것이었다. 그는 핵무기 사용까지 검토했다. 백악관이 보기에 그는 너무 위험했고, 통제도 불가능했다. 맥아더보다 더 강단 있던 지도자 트루먼 대통령은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전쟁 영웅'의 해임을 결정했다.
결국 맥아더는 50년이 넘는 군 생활의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한국전은 그의 영예이자 동시에 수렁이었다. 그를 기다리는 건 백악관이 아닌,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을 기리는 시민들의 퍼레이드뿐이었다.
최근 출간된 '1950년대 현대 미국의 탄생'(페이퍼로드)은 미국의 최전성기였던 1950년대 발생한 사건들을 다룬 두툼한 책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언론인 출신 미국 작가 데이비드 핼버스탬이 정치·전쟁·경제·대중문화 등 각 분야의 사건들을 두루 정리했다.
책은 마치 열전처럼 인물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기에 1천쪽이 넘는 '벽돌 책'임에도 흥미롭게 읽힌다. 탁월한 장군이었으나 어머니의 입김에 휘둘렸던 맥아더 장군의 이면, 미국의 마지막 고졸 출신 대통령으로 강단 있는 결정과 뚝심 있는 태도로 세월이 흐를수록 위대한 대통령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해리 트루먼, 가늠할 수 없는 천재적인 두뇌를 지녔던 원자폭탄 개발자 오펜하이머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책에 담겼다.
안철흥 옮김. 1152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