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나홍진 감독(52)이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영화 '호프'를 마침내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소감을 밝혔다.
15일 개봉하는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추격자', '황해',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호프'는 지난 5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전 세계 영화인들과 먼저 만났다. '곡성'(2016)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나 감독은 "떨린다"면서 "이 영화를 처음 만들 때 순도 높은 장르 영화로 밸런스를 옮겨오고 싶었다. 이제는 국내 시장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 것 같다. 그 외 시장을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위험해질 것 같았다. 또 한국 관객들의 특징이 한 작품 안에 다양한 장르가 섞여있는 걸 좋아하지 않나. 만약 일반적인 한국 영화의 구조를 기대한 분이라면, 저희 영화가 조금은 낯설 수 있다"고 말했다.
나 감독은 할리우드 부부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캐스팅해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에 그는 "국내 관객들 중에 아마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얼굴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아는 분들이 많진 않을 것 같다"며 "알리시아 비칸데르와는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처음에 시나리오가 아니라, 이 작품의 긴 스토리를 보내면서 '이 여성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한번 해보겠나'라고 제안했더니 좋다고 해서 성사됐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하라고 해서 하지 않았겠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극 중에서 외계인 캐릭터로 등장하기 때문에 실제 얼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에 나 감독은 "만약 '호프' 이후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지면 어떨까 싶었다"며 "후속편이 있다면 그분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두 배우의 출연료에 대해선 "우리나라에선 이 영화의 제작비가 최고 금액으로 여겨지지만, 할리우드 기준으로는 독립영화 수준"이라며 "출연료는 거마비 정도만 받았고, 대신 작품이 잘 되면 용돈을 챙겨달라고 했다(웃음). 감사하게도 두 배우가 독립영화 수준으로 참여를 해줬기 때문에 제작비에는 큰 부담이 되진 않았다"고 밝혔다.
'호프'를 통해 크리처물 연출에 도전한 소감에 대해선 "일이 너무 많고 미치겠다. 일이 끝나지가 않더라. 정말 하루도 안 쉬고 일만 했다. 외계인의 손가락에 피가 얼마나 묻었는지까지 보느라 돌아버리겠다(웃음). 봉준호 감독님이 전체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고 계시는데, 이게 보통 일은 아니구나 했다. 지금까지 제가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작가님들을 향한 존경심이 몇 배는 더해졌다"고 말했다.
황정민과는 '곡성'에 이어 '호프'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나 감독은 황정민을 향해 "따로 말이 필요 없다. 저는 선배를 믿을 수밖에 없다. 황정민이란 배우는 그동안 작품 속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증명해 왔다.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배우가 디테일한 연기를 하다 보면, 본연의 모습이 무조건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미 그 속에서 충분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감탄했다.
황정민은 극 중 출장소장 범석 역을 맡아 긴 시간 동안 극 초반을 힘 있게 이끌었다. 나 감독은 캐스팅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배우가 얼마나 선한지에 대해서다. 어떤 연기를 하든 간에 그 안에 선이 담겨있어야 한다"며 "저에겐 황정민 선배의 연기만으로 앞에 40~50분을 끌고 가는 게 도박 같은 도전이었다. 물론 이러한 도전이 배우의 연기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고, 스태프들을 향한 믿음도 중요했다. 저 역시 우리 스태프들에 대한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도박을 해보기로 결심한 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제도 언론 시사회가 끝나고 믹싱실에 다녀왔는데, 스태프들이 제발 그만 좀 오라고 하더라"라며 "이번 영화는 콘셉트 단계부터 스트레스였다"고 전하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도 드러냈다.
이어 '호프'의 의미에 대해선 "앞에 2시간 20분 동안 영화에서 폭력과 비극을 보여줬다"면서 "마지막 10분은 에필로그 같기도 하겠지만, 이건 다른 개념의 요약과 정리라고 봐주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나 감독의 영화 '황해', '곡성', '호프'는 모두 러닝타임이 156분으로 동일하다. 이에 영화 팬들은 "나홍진 감독은 완벽주의자", "좋은 말로 변태 같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 감독은 "어떤 분들은 숫자 156에 대한 집착이라고 하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제 안에 리듬이라는 게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저도 깜짝 놀랐다. 우선 '황해', '곡성'의 러닝타임이 같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영화 심의내기 전에 조감독님이 와서 세 작품의 러닝타임이 모두 똑같다고 해서 놀랐다. 다음 작품부턴 (러닝타임의 규칙을) 한 번 깨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