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조인성(45)이 "나홍진 감독의 지독함은 디폴트값이다"고 말했다.
조인성이 9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SF 스릴러 영화 '호프'(나홍진 감독, 포지드필름스 제작)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밝혔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조인성은 극 중 사냥과 낚시로 소일거리를 하는 호포항 마을 청년 성기를 연기했다.
조인성은 '피극지왕' 나홍진 감독과 첫 호흡에 대해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줄 때 분명 '안 뛰어도 된다'고 말했는데 믿진 않았다. 우리가 나홍진 감독의 작품을 보면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추격자' '황해' '곡성' 등 모든 작품에서 배우들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시나리오에는 뛴다고 써 있지만 그 인물을 맡을 내가 어떻게 뛸지는 유추해 볼 수 있다. 역시나 '보통 뛰는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고 아무래도 내 몸의 컨디션이 무릎 수술을 한 상태여서 조심스러웠다. 주치의도 가볍게 조깅은 괜찮지만 점프나, 전력질주 같은 뛰는 움직임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남은 인생이 힘들어 진다고 했다. 그런데 '호프'에는 당연히 뛰는 장면이 필요했다. 그게 없으면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 아니지 않나? 미리 내 몸 상태를 나홍진 감독에게 커밍아웃했다. 나 때문에 '호프'의 퀄리티가 낮아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말 한 것이다. 그럼에도 나홍진 감독이 '뛸 일 없다' '하시는거죠?' 계속 이렇게 말했고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또 막상 현장을 갔는데 그 현장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로서 안 할 수 없지 않나? 몸을 갈아가며 했다. 대신 나홍진 감독에게 맛있는 거 많이 얻어 먹었다. 지금은 사이 좋게 지내기로 했다"고 웃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계 유명한 괴짜다. 현장에서 어떤 것도 타협하지 않는 '지독한 감독'으로 정평이 난 연출자인데 이와 관련해 조인성은 "지독함은 '디폴트값(기본값)'이라고 할 수 있다. 아에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냥 '디폴트'다. 나홍진 감독의 지독한 지점을 두고 따지면 나만 손해다. 그리고 배우가 한 번에 '오케이 컷'을 받으면 손해이지 않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 고작 한 번에 오케이 컷을 받기 위해 나홍진 감독과 한다고? 그럴 거면 다른 감독을 찾는 게 낫다. 오히려 나는 100번 찍을 거 30번 만에 오케이 컷을 받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최상의 장면을 획득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것은 힘들기도 했다. 합천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당시 눈이 왔다. 눈이 녹을 때까지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도 전부 스탠바이했다. 내 경우엔 1시간 넘게 공을 들여 피범벅 분장을 하고 나왔는데 못 찍고 간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에도 계속 기다렸다. 눈이 녹으면 찍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렸던 적이 많다. 그 장면은 원래 한 달 촬영을 계획하고 합천에 들어갔는데 한 달하고 20일을 더 있었다. 3월이었는데 추운 응달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대기했다가 잠시 날씨가 좋아지면 촬영하고 그랬다. 우리는 그때 촬영을 '점호'라고 불렀다. 다들 풀세팅 하고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고 고생담을 털어놨다.
극한의 고생 속에서도 나홍진 감독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고백한 조인성은 "오히려 그러한 지점이 나홍진 감독의 미담이라면 미담일 수 있다. 지독하게 만든 작품이라서 관객도 만족하는 것 아니겠나? 우리가 날씨에 타협했다면 만족할 결과가 나왔겠나? 한국에서는 SF 장르가 불모지로 불린다. 그런데 나홍진 감독은 지독함으로 그걸 뚫고 나아갔고 나홍진 감독의 에너지가 결과로 나온 것이다"고 덧붙였다.
영화 후반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지금껏 본 적 없는 말과 자동차의 추격신에 대해 "지금은 조금 지난 기억이라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보는 사람도 위험천만한 하게 느끼는 장면이지 않나? 물론 안전하게 촬영은 했지만 현장 상황은 정말 급박하고 예민했다. 까닥하면 사고가 나니까 다들 예민 최고조였다. 게다가 말은 절대 아스팔트에서 탈 수가 없다. 그러니까 모두가 예민할 수밖에 없다. 모니터 차량에서는 난리가 났다. 기회가 몇 번 안 된다는 것을 모두가 숙명적으로 아니까 진짜 힘들게 찍었다. 그 고생을 정말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앞으로 '조카프리오'라고 불러달라. 살아 돌아온 자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말을 한 발로 타라고 했는데 나홍진 감독은 계속 나에게 '이건 꺾이면 안돼!'라고 주문했다. 말을 한 발로 어떻게 타야 할지 무술팀에게 물어봤다. 무술팀도 '우리도 이렇게까지 안 해봤다'고 하더라. 근데 '무술팀도 못 해본 것을 내가 왜 해야해?'라는 생각도 들더라. 또 마장 마술을 하는 팀도 있었는데 그분들에게도 물어봤다. 마장 마술에서도 '한 발로 말을 타는 것은 안 한다'고 하더라. 근데 그걸 내가 해야 했다"고 곱씹어 장내를 웃게 만들었다.
'호프'는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그리고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마이클 패스벤더 등이 출연했고 '추격자' '황해'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