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광고 닫기

[SC인터뷰] "지독함=디폴트값"…'호프' 조인성, 나홍진에게서 '살아 돌아온 자'(종합)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온 몸을 갈아 부숴지도록 쏟아냈다. 태풍과 장마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피어오르는 능소화 같은 배우 조인성(45)이 지독함과 싸움에서 무사히, 그리고 당당히 돌아왔다.

SF 스릴러 영화 '호프'(나홍진 감독, 포지드필름스 제작)에서 사냥과 낚시로 소일거리를 하는 호포항 마을 청년 성기를 연기한 조인성. 그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호프'의 출연 과정부터 극한까지 끌어올린 액션 비하인드를 밝혔다.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 '호프'. 나홍진 감독이 2016년 개봉한 '곡성' 이후 10년 만에 꺼낸 신작이자, 황정민을 주축으로 조인성, 정호연에 할리우드 배우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그리고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마이클 패스벤더 부부가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특히 '호프'에서 가장 파격적인 변신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조인성의 활약이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호포항에서 잡다하지만 돈 되는 일은 다 하는 동네 청년 성기를 연기한 조인성은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충격을 안긴다. 무엇보다 그는 깊은 숲과 광활한 국도를 오가며, 말을 타고 펼치는 난이도 높은 액션을 직접 소화해 감탄을 자아낸다. 몸을 사리지 않았던 열연으로 '호프' 속 카타르시스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SC인터뷰] "지독함=디폴트값"…'호프' 조인성, 나홍진에게서 '살아 돌아온 자'(종합)

이날 조인성은 2023년 여름 크랭크 인 해 개봉까지 무려 3년이 걸린 '호프'에 대해 "오래 기다리다 보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했다가 결국 체념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언젠가 개봉 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바뀌더라. 내가 조바심을 낸다고 해서 개봉이 빨리 될 수도 없고, '호프'가 그저 최상의 컨디션으로 개봉하길 바랐다. 나홍진 감독이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원할 때까지 다 해보고 후회 없이 개봉하길 바랐다. 그래야 관객도 만족할 영화를 볼 수 있지 않겠나?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영화가 되길 바랐다"며 "영화를 본 내 소감은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보는 사람이 만족하면 된다는 것이다. 활동을 하면 할수록 내가 만족감을 갖는 것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관객이 만족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최고다. 관객에게 '새롭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무릎이 안 좋아도 몸을 갈아가며 말을 탔다. 시사회 때 이 영화와 나홍진 감독을 향해 '위대하다'라는 표현을 했는데 '위대'의 클 위(偉) 뜻은 뛰어나다의 뜻도 있지만 기이하고 특이하다는 뜻도 있다. '호프'는 기이하고 특이한 영화다"고 밝혔다.

나홍진 감독으로부터 '호프' 출연을 처음 받았던 그 순간도 떠올렸다. 조인성은 "내겐 '호프'가 '안주하느냐' '안주하지 않느냐'의 선택이었다. 올해 데뷔 28년 차인데, 활동을 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 차라리 새로운 것을 하다가 망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다. 안전한 선택 보다는 도전을 하는 게 내 작업 방식이다. 그래서 '무빙' 시리즈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내 필모그래피가 새로운 것을 도전하다가 언젠가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호프'를 제안 받았을 때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분명히 어렵게 촬영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나에게 스스로 물었다. '할 준비가 되어 있나?'라고. 새로움을 도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극단으로 몰아 쳐야 한다는 것도 있다. 특히 나홍진 감독 작품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스스로 질문을 던졌고 '아직은 더 도전을 해보자' 마음을 먹고 선택하게 됐다. 시나리오를 읽고 하루만에 결정했다"고 작품을 향한 믿음을 전했다.

[SC인터뷰] "지독함=디폴트값"…'호프' 조인성, 나홍진에게서 '살아 돌아온 자'(종합)
[SC인터뷰] "지독함=디폴트값"…'호프' 조인성, 나홍진에게서 '살아 돌아온 자'(종합)

한국 영화계 소문난 괴짜, '피극지왕' 나홍진 감독과 첫 호흡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나눴다. 조인성은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줄 때 분명 '안 뛰어도 된다'고 말했는데 믿진 않았다. 우리가 나홍진 감독의 작품을 보면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추격자' '황해' '곡성' 등 모든 작품에서 배우들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시나리오에도 뛴다고 써 있었는데 일단 '보통 뛰는 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고 아무래도 내 몸의 컨디션이 무릎 수술을 한 상태여서 조심스러웠다. 주치의도 가볍게 조깅은 괜찮지만 점프나, 전력질주 같은 뛰는 움직임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남은 인생이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호프'는 당연히 뛰는 장면이 필요했다. 그게 없으면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 아니지 않나? 나 때문에 '호프'의 퀄리티가 낮아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미리 내 몸 상태를 나홍진 감독에게 커밍아웃했다. 그럼에도 나홍진 감독이 '뛸 일 없다' '하시는거죠?' 계속 이렇게 말하더라.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또 막상 현장을 갔는데 그 현장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로서 안 할 수 없지 않나? 몸을 갈아가며 했다. 대신 나홍진 감독에게 맛있는 거 많이 얻어 먹었다. 지금은 사이 좋게 지내기로 했다"고 웃었다.

현장에서 어떤 것도 타협하지 않는 '지독한 감독'으로 정평이 난 연출자 나홍진 감독에 대해 "지독함은 '디폴트값(기본값)'이라고 할 수 있다. 아예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냥 '디폴트'다. 나홍진 감독의 지독한 지점을 두고 따지면 나만 손해다. 그리고 배우가 한 번에 '오케이 컷'을 받으면 손해이지 않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도 있는데, 고작 한 번에 오케이 컷을 받기 위해 나홍진 감독과 한다고? 그럴 거면 다른 감독을 찾는 게 낫다. 오히려 나는 100번 찍을 거 30번 만에 오케이 컷을 받았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물론 최상의 장면을 획득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것은 힘들기도 했다. 합천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당시 눈이 왔다. 눈이 녹을 때까지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도 전부 스탠바이였다. 내 경우엔 1시간 넘게 공을 들여 피범벅 분장을 하고 나왔는데 못 찍고 간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에도 계속 기다렸다. 눈이 녹으면 찍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렸던 적이 많다. 그 장면은 원래 한 달 촬영을 계획하고 합천에 들어갔는데 한 달하고 20일을 더 있었다. 3월이었는데 추운 응달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대기했다가 잠시 날씨가 좋아지면 촬영했다. 우리는 그때 촬영을 '점호'라고 불렀다. 다들 풀세팅 하고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고 고생담을 털어놨다.

극한의 고생 속에서도 나홍진 감독에 대한 애정과 신뢰, 존경이 있었던 조인성은 "오히려 그러한 지점이 나홍진 감독의 미담이라면 미담일 수 있다. 지독하게 만든 작품이라서 관객도 만족하는 것 아니겠나? 우리가 날씨에 타협했다면 만족할 결과가 나왔겠나? 한국에서는 SF 장르가 불모지로 불린다. 그런데 나홍진 감독은 지독함으로 그걸 뚫고 나아갔고 나홍진 감독의 에너지가 결과로 나온 것이다"고 덧붙였다.

영화 후반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지금껏 본 적 없는 말과 자동차의 추격신에 대해서도 "지금은 조금 지난 기억이라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보는 사람도 위험천만 하게 느끼는 장면이지 않나? 물론 안전하게 촬영은 했지만 현장 상황은 정말 급박하고 예민했다. 까딱하면 사고가 나니까 다들 예민 최고조였다. 게다가 말은 절대 아스팔트에서 탈 수가 없다. 그러니 모두가 예민할 수밖에 없다. 모니터 차량에서는 난리가 났다. 기회가 몇 번 안 된다는 것을 모두가 숙명적으로 아니까 진짜 힘들게 찍었다. 그 고생을 정말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말을 한 발로 타라고 했는데 나홍진 감독은 계속 나에게 '이건 꺾이면 안돼!'라고 주문했다. 말을 한 발로 어떻게 타야 할지 무술팀에게 물어봤다. 무술팀도 '우리도 이렇게까지 안 해봤다'고 하더라. 근데 '무술팀도 못 해본 것을 내가 왜 해야해?'라는 생각도 들더라. 또 마장 마술을 하는 팀도 있었는데 그분들에게도 물어봤다. 마장 마술에서도 '한 발로 말을 타는 것은 안 한다'고 하더라. 근데 그걸 내가 해야 했다. 앞으로 '조카프리오(조인성+디카프리오)'라고 불러 달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2016년 개봉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를 찍을 때 느낌이 이런 게 아닐까? '호프'는 '조카프리오: 살아 돌아온 자'다"고 곱씹어 장내를 웃게 만들었다.

[SC인터뷰] "지독함=디폴트값"…'호프' 조인성, 나홍진에게서 '살아 돌아온 자'(종합)

'호프'의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조인성은 "당연히 영화를 보면 후속편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것인데 정말 조심스럽다. 후속편이라는 것이 나홍진 감독 머리에 있을텐데, 잘 알겠지만 이 영화의 제작비(700억원 추정)가 있으니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것 같다. 후속편이 있다고 단언코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아마 개봉 이후 관객의 반응과 여러 환경적인 요소를 통해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위기의 한국 영화 속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된 '호프'에 대한 우려와 걱정에 대해서도 "아시다시피 나는 캐퍼(Capacitie·s캐퍼시티, 수용 능력)가 큰 배우는 아니다. 한국 영화를 위해서 지대한 공로를 세운 적도 없다. 그저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를 하는 배우인 것이다. '호프'로 내가 한국 영화를 살리겠다는 엄청난 생각도 못 한다"며 "능소화라는 꽃이 있다. 장마와 태풍을 뚫고 피어나는 꽃이라고 하더라. '호프'가 그런 운명인 것 같다. 안팎으로 참 영화계가 어렵고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소화처럼 이 작품이 어려운 환경에도 관객 품 속에서 활짝 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SC인터뷰] "지독함=디폴트값"…'호프' 조인성, 나홍진에게서 '살아 돌아온 자'(종합)

'호프'는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그리고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마이클 패스벤더 등이 출연했고 '추격자' '황해'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영문 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