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한화생명e스포츠가 LCK(한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창단 후 첫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결승 진출에 성공한 것은 물론 LCK에 '202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추가 시드까지 안겼다.
한화생명은 11일 대전광역시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MSI' 브래킷 스테이지 패자조 결승에서 LCS(북미)의 LYON(라이온)을 세트스코어 3대2로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4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MSI에서 개최국 LCK의 체면을 살린 한화생명은 이와 함께 롤드컵 추가 시드까지 확보하며 LCK는 총 4개팀이 롤드컵 본선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결코 쉽지 않은 승부였다. LYON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전날 LEC(유럽)의 강호 G2 e스포츠를 3대0으로 완파하며 기세를 올렸고, '세인트' 강성인과 '버서커' 김민철, '레인오버' 김의진 감독, '릭비' 한얼 전략 코치 등 LCK를 누구보다 잘 아는 한국인 선수와 지도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한화생명에도 까다로운 상대였다.
한화생명은 1세트를 힘겹게 따냈지만 2, 3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벼랑 끝으로 몰렸다. 특히 유리했던 흐름을 살리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위기에서 팀을 구한 것은 에이스 듀오 '제우스' 최우제와 '제카' 김건우였다. 최우제는 4세트에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고, 마지막 5세트에서도 최우제와 김건우는 LYON의 초반 승부수를 침착하게 받아내며 경기를 지배했다. 결국 한화생명은 풀세트 접전 끝에 역전승을 완성하며 창단 첫 MSI 결승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한화생명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LPL(중국)의 빌리빌리 게이밍과 우승을 다툰다. 두 팀은 불과 사흘 전 승자조 결승 진출전에서 맞붙었고, 당시 빌리빌리가 3대1로 승리하며 결승에 선착했다. 빌리빌리는 지난해까지 한화생명의 주축 원거리 딜러였던 '바이퍼' 박도현과 LCK에서 오랜 기간 지도력을 인정받은 양대인 감독을 영입한 뒤 LCK 팀들의 성향을 집요하게 분석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이 창단 첫 국제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서는 지난 맞대결에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빌리빌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밴픽과 전략적 승부수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