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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함에 대하여 스스로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이를 해결하려 노력할때 우리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콜롬비아전에서 조별리그와 같은 3-5-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주목할 점은 케인과 스털링을 투톱, 영과 트리피어를 윙백으로 기용했다. 워커를 풀백이 아닌 스리백의 오른쪽 스토퍼로 기용했다. 이를 통해 수비전환 과정에서 넓은 커버를 해줄 수 있다. 조별리그에서 전력 상 한 수 아래인 튀니지와 파나마를 예상대로 압도했다. 3차전인 벨기에전에선 후보들로 체력을 안배했다. 실질적으로 월드컵 첫 시험무대였다.
'성실한 빌드업'이었다. GK 픽포드는 킥을 배제하고 반드시 스리백에게 볼을 연결했다. 빌드업은 주로 센터백 스톤스에 의해서 전진패스가 이루어졌다. 유로2016에서 후방으로 합류해 빌드업의 시작점이 됐던 수비형 미드필더 헨더슨이 전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중원에 수적으로 한 명을 더할 수 있다. 전방의 린가드와 알리는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로 상대 수비를 끌어냈다. 여기서 발생하는 공간은 투톱인 케인과 스털링의 몫이었다. 둘은 빠르게 이동하여 주변 동료에게 내주고 다시 전방으로 침투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윙백의 밸런스가 잘 유지됐다는 점이다. 공수전환을 잉글랜드가 의도한대로 진행했다. 벨기에가 스리백을 사용하며 윙백에서 많은 약점을 드러낸 것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잉글랜드는 상대가 볼을 소유하면 5-3-2와 5-4-1로 수비조직을 형성했다. 볼이 측면으로 이동하면 윙백이 접근하지 않고, 미드필더인 알리 혹은 린가드가 1차적으로 접근했다. 영과 트리피어는 뒤 공간을 커버하고 패스 길목만 차단하며, 밸런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알리와 린가드의 빠르고 왕성한 활동량을 잘 활용한 대목이었다. 일대일 대결에서도 콜롬비아가 우위를 점하지 못 하며 측면을 장악했다.
문제는 후반 중반 이후였다. 미드필더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며 라인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후반 초반까지 보여주던 짧은 패스의 순환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콜롬비아가 심판의 판정마다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에 함께 흔들렸다. 거친 플레이로 맞대응하며 스스로 경기 템포를 잃어갔다.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독려할 리더의 존재감이 아쉬웠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전략적 대응도 아쉬웠다. 후반 35분 체력이 떨어진 알리 대신에 수비형 미드필더 다이어를 투입했다. 3-4-3으로 전환하며 중앙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뒀다. 밸런스를 수비에 두고 경기를 마무리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으로 실점하며 연장에 돌입했다. 이미 체력이 떨어진 상태로 30분을 두 명의 미드필더만 둔 채 전술변화를 주지 않았다. 수비 시 5-4-1로 내려서는 모습도 아니었다. 자칫 실점했다면 많은 비판을 받았을 전술대응이었다. 콜롬비아의 페케르만 감독이 연장 후반 투톱으로 과감한 변화를 준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편으론 젊은 선수로 세대교체 된 잉글랜드의 불완전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과거와 달라진 축구를 시도한다는 점에선 분명히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8강전 상대는 수비조직을 가장 견고히 준비한 스웨덴이다. 잉글랜드가 공격을 풀어내는 방법을 보완해야 하는 것과 맞물리는 매치업이다. 젊어진 잉글랜드가 불완전함을 이겨낸다면 용기를 넘어 우승을 넘볼 수 있을 것이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