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의 강스파이크]울고 싶은 박미희 감독, 강력 항의에도 '품격'이 있어야 했다

기사입력 2020-02-13 20:59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사?공=KOVO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밖에 없는 배구에서 감독들의 항의는 있을 수 있다. 때로는 필요하기도 하다. 팀이 긴 연패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 상대와 전력차가 많이 나거나 아니면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승부를 뒤집어야 할 때 판정의 억울함을 어필로 표현한다. 이 모든 상황에서의 어필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함이다. 축구에선 퇴장도 불사할 정도로 강하게 항의하는 감독들이 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2019~2020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강력하게 항의했다. 1세트 6-4로 앞선 상황에서 GS칼텍스가 수비 성공, 실패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GS칼텍스 센터 한수진의 이동 속공시 흥국생명 리베로 신연경이 뻗은 손등 위로 공이 떨어졌느냐, 코트에 닿았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유애자 경기감독관, 유근강 심판감독관, 최성권 부심의 3자가 내린 판독 결과는 수비 실패.

그러자 박 감독은 '오독'이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결정은 번복될 수 없는 상황이라 최 부심은 박 감독의 어필을 저지했지만, 박 감독은 부심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이후 경기감독관과 심판감독관에게 다가가 항의했다. 박 감독의 강력한 항의는 계속됐다. 작전타임을 부른 뒤 다시 판독석으로 다가갔다. 헌데 어필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박 감독은 심판위원장 앞에 놓여있던 노트북을 때려 덮는 거친 행동을 이어갔다. 이를 저지하던 성해연 대기심의 손까지 뿌리치면서 현장 분위기를 순식간에 싸늘하게 만들었다.


박미희 감독이 심판위원장의 노트북을 손으로 치고 있는 장면. 사진캡처=SBS스포츠 중계방송
사실 박 감독은 울고싶은 상황이다. 정규리그 순위싸움이 가장 민감할 때 '쌍포'가 모두 개점휴업 중이다. 이재영과 루시아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재영은 지난 1월 초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 출전한 뒤 무릎에 물이 차는 등 지난달 15일부터 재활 중이다. 다행히 한 달여가 지나 재활에서 웨이트훈련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루시아는 지난 8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오른쪽 아킬레스건 건염으로 이날 경기에 뛰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건 3라운드까지 승점을 많이 벌어놓은 터라 6연패에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불안한 건 4위 KGC인삼공사가 4연승을 질주하면서 흥국생명과의 격차를 6점까지 줄였다. 루시아는 빠르면 다음 경기에 복귀가 가능하겠지만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패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남은 경기는 8경기다. 자칫 인삼공사에 승점을 따라잡혀 봄배구를 못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감독은 "재영이가 돌아올 때까지 젊은 선수들이 잘 버텨줬으면 한다"며 의연한 모습이지만 심리상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오독'이라고 생각한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오독인지, 정심인지 가려낼 사후판독은 14일 열린다. 결과를 떠나 박 감독의 항의에는 품격이 떨어졌다. 경기를 함께 진행하는 구성원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었고, 현장과 방송으로 지켜본 배구 팬들에게 흡사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으로도 비춰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장충벌을 가득 채운 2812명의 관중들은 박 감독의 거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장에는 코로나19 예방 점검이 목적이긴 했지만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4대 프로종목 수뇌부가 장충체육관을 찾았다. 스포츠콘텐츠팀 기자


2020 신년운세 보러가기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