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에이스 용병 에닝요(31·브라질)가 한국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발언을 했다. 한국 국적을 원했다. 한술 더 떠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버지같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과 함께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에닝요가 한국 언론을 상대로 이런 속내를 드러낸 적은 없었다. 에닝요의 이번 발언이 전해진 후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에닝요의 귀화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에닝요는 2007년부터 두 해 동안 대구에서 뛰었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전북에서 측면 공격수로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 전북 사령탑 최 감독과 2009년, 지난해 두 번 K-리그 정상을 차지했다. 에닝요는 빠른 드리블 돌파와 한박자 빠른 슈팅 그리고 정확한 프리킥 능력을 갖춘 영양가 만점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에닝요는 "나는 치안면에서 안전한 한국이 좋다. 우리 가족도 한국을 좋아한다"면서 "이미 아내와 어머니, 아버지와 귀화 얘기를 나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강희 감독이나 대한축구협회에서 귀화 제안을 해오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에닝요의 진심이 궁금했다. 그래서 "브라질월드컵을 뛰어보고 싶어서 한국 귀화를 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대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 나 자신이 아니라 팀을 위해 뛰겠다. 한국축구 최초로 귀화 A대표가 돼 보고 싶다"였다. 에닝요의 답변은 상당히 진실해 보였다.
태극호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된다
에닝요는 "내가 A대표팀에 뽑히면 경기력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큰 경기에서의 높은 골결정력과 드리블 돌파 능력을 갖고 있다. 전북에서 함께 공격을 이끌고 있는 이동국과 호흡도 잘 맞고 있다. 따라서 이동국과 에닝요가 동시에 A매치에 투입될 경우 둘 간에 좋은 패스 연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전북에서 보였던 이동국과 에닝요의 호흡이 그대로 A대표팀에 이식될 수도 있다.
축구도 이제 귀화 용병에게 기회를 주자
가장 큰 걸림돌은 선입관이다. 아직 다수의 축구팬들이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을 위해 뛰는 것에 대해 너그럽지 않다. 귀화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 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도 축구협회 차원에서 유고 출신 공격수 샤샤(당시 성남 일화) 등의 귀화를 검토하다 접었다. 당시 히딩크 A대표팀 감독이 샤샤 등 K-리그 용병들의 기량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 역시 귀화 대표 선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최근 에닝요가 한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한국 귀화에 이어 A대표가 되고 싶다고 한 얘기를 들었다. 최 감독의 반응은 차분했다. 서두를 문제도 아니고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 감독이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들은 한민족으로 같은 피가 흐른다는 순수 혈통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다수가 과거 보다 열린 사고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거리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귀화를 시켜 한국축구의 얼굴인 A대표 유니폼을 입히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일본은 한국 보다 앞서 기량 좋은 용병을 귀화시켜 A대표팀에서 활용해왔다. 1990년대 브라질 출신 라모스가 일본 A대표가 됐다. 이후 로페스, 산토스, 툴리우 등이 일본축구를 위해 귀화했다.
축구팬들은 에닝요가 A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이전에 용병에 대한 기존의 선입관 때문에 무조건 귀화를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도 이제 A대표 선수가 반드시 토종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때가 됐다. 토종 선수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부분에 한국을 끔직히 생각하는 용병을 귀화시켜 투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이뚜(브라질)=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