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매치볼 아디다스 교체로 본 브랜드 전쟁

기사입력 2012-02-01 16:03


그래픽= 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나이키와 아디다스, 세계 스포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 유명 클럽 유니폼을 보면 거의 예외없이 나이키와 아디다스 둘 중 하나다. 최근 호주오픈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5시간53분간 혈투를 벌인 라파엘 나달(26·스페인)의 헤어밴드와 티셔츠에는 나이키 로고가 박혀 있었고, 노박 조코비치(25·세르비아)는 아디다스 신발을 신고 있었다.

축구팬들에게 한국과 브라질, 포르투갈, 네덜란드대표팀, 맨유, 아스널(이상 잉글랜드), 바르셀로나(스페인), 인터 밀란(이탈리아) 하면 나이키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스페인과 독일, 아르헨티나대표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첼시, 리버풀(이상 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AC 밀란(이탈리아)은 아디다스 진영의 간판 팀들이다.

선수도 마찬가지다. 현역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25·아르헨티나)는 아디다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포르투갈)는 나이키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팬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스타, 주목도가 높은 클럽을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인다. 물론, 천문학적인 돈이 뒤따르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한국축구판에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이키는 대표팀, 아디다스는 K-리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나이키는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2019년까지 8년 간 1200억원(현금 600억원, 현물 600억원)에 후원 계약을 했다. 한 해 무려 150억원 꼴이다. 1996년부터 축구협회를 후원했으니 대표팀은 24년 연속 나이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축구협회가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는 나이키와 계약에 이르면서, 이번에도 아디다스는 입맛만 다셨다.

그런데 K-리그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동안 주목도가 높은 대표팀에 치중하면서 국내프로축구는 등한시한다는 얘기를 들어온 나이키가 K-리그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생겼다. 프로축구연맹이 올 시즌 K-리그에서 사용할 공식 매치볼의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연맹과 스포츠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기존의 나이키 공 대신 아디다스 제품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지난해 나이키는 현물을 포함해 9억원을 프로연맹에 내줬다. 약 17만원인 경기구 3000개와 현금 2억~3억원을 지원했다. 프로연맹은 매 경기 6개의 공식 매치볼을 홈팀에 지급하고, 사용한 공은 이후 홈팀이 연습구로 활용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프로연맹과 나이키의 공식 매치볼 계약이 끝나자 아디다스가 발빠르게 뛰어들었다.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지만 축구협회와 계약문제로 손을 놓고 있던 나이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아디다스가 제시한 금액은 10억원대 초중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금액차가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경기구 후원에 그치지 않고 좀 더 포괄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아디다스 관계자도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 아디다스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축구의 젖줄 K-리그 매치볼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모두 의미가 크다. K-리그는 1998년부터 14년 간 나이키 볼을 써왔다. 프로연맹이 1994년 축구협회에서 독립해 출범했으니, K-리그 경기구는 곧 나이키 공이나 마찬가지였다. 1994년부터 1997년까지 4년 간 K-리그는 국산 브랜드 키카와 낫소, 아디다스 볼을 사용했다.

매치볼 후원은 나이키와 K-리그를 이어주는 끈이었다. 그동안 나이키는 K-리그 클럽 스폰서로 나서지 않았다. 대표팀에 매년 1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다보니 K-리그 클럽을 후원할 여유가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아디다스는 지난해까지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유니폼 스폰서를 맡았고, 올해도 수원을 후원한다.

현재 K-리그 심판들은 아디다스 로고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경기구까지 놓칠 경우 나이키는 K-리그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되는 것이다.

축구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기성용(23·셀틱)의 후원계약을 놓고 충돌했다. 기성용을 후원해온 나이키가 아디다스가 뛰어들자 스폰서 금액을 대폭 올렸다고 한다. 나이키는 현재 기성용을 비롯해 박지성(31·맨유) 이청용(24·볼턴) 지동원(21·선덜랜드) 등을 후원하고 있다. 차두리(32·셀틱)와 구자철(23·볼프스부르크)은 아디다스 소속이다.

나이키 축구화를 신고 뛰었던 박주영(27·아스널)은 아디다스로 옮겼다가 지금은 미즈노의 후원을 받는다. 스타 선수를 놓고 브랜드 간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그때마다 후원 금액이 올라간다. 결국 돈싸움이라는 얘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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