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66)은 고개를 숙였다. "송구스럽다", "깊은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 등의 말을 반복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비상식적인 행보 때문이었다. 지난달 초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을 밀실야합으로 경질한 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 절도와 횡령을 저지른 회계담당 직원 감싸기 파문이 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뒷짐만 졌다. 결국 여론의 비난 폭풍에 입을 열었다. 사태는 어느정도 진정됐다.
조 회장은 지난 10일 사내 인트라넷에 '대한축구협회 직원 여러분들에게 전하는 글'이라는 제하의 글을 올렸다. 스포츠조선은 이 원고를 단독 입수했다. 조 회장은 '최근 일어난 협회 내부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모든 책임이 협회장인 저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직원 여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협회의 높아진 위상을 비롯해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 올림픽 6회 연속 본선 진출, 초중고 리그제를 포함한 유소년 시스템 구축 등을 열거하며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그러나 중간 이후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문장들이 이어졌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쌓아올린 공든 탑이 순식간에 와해되고 있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을 깊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조직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리는 것은 결국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교훈도 이번에 뼈저린 대가를 치르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중략) 따라서 조직이 커질수록 더 조심스럽고 내부적으로 단결해야만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자신만을 위해서 이 조직에 몸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합니다.' 물론 조 회장이 말하고자 하는 골자는 내부 결속을 다지자는 점이다. 불미스러운 일의 재발 방지 의미도 숨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문장을 해석했을 때 '내부 입막음'이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치부를 스스로 외부로 유출하거나 드러내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도 충분히 여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앞뒤 말이 달랐다. 분명 글 앞부분에선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은 불미스런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내부였다고 일침 아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책임감있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볼 수 없는 코멘트다.
조 회장은 원고 마지막 부분에서 또 한번 내부 단속을 강조했다. '세상에 완벽한 조직은 없습니다. 완벽한 사람도 없습니다. (중략) 이제 다시는 우리 자신의 운명을 외부의 손에 맡기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근 여론에 뭇매를 맞고도 더 숨기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일까. 조 회장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