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K-리그 팀들이 간식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훈련이 끝난 저녁시간에 딱히 할 게 없는 선수들이 무료함을 달랠 방법은 딱 하나. 먹는 것 뿐이다. 간식 전쟁이 발발한 이유다.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 중인 전남은 구단 직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30분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를 오간다. 성남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간식을 두고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미야자키에서 훈련 중인 울산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공수하기 위해 분주하다.
지난 14일 성남의 전지훈련장인 가고시마 교세라 골프 리조트에서는 숨막히는 심리전이 펼쳐졌다. 간식을 숨기려는 선수들과 이를 찾아내려는 코치들의 전쟁이었다. 성남의 코치들은 매해 전훈훈련이 시작될 때마다 선수들의 방을 습격한다. 라면과 과자를 색출해내기 위한 작업이다. 일명 '라면 금지령'. 라면을 먹으면 살도 찌고 아침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에도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매해 반복되는 연례 행사에 선수들도 머리를 썼다. 아무것도 나오는 것이 없으면 수색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 압수당할 라면을 따로 준비했다. 코칭 스태프는 그날 밤 라면과 과자를 모두 뺏었다. 하지만 다음 날 대반전이 일어났다. 차상광 골키퍼 코치가 주변 경치를 보기 위해 숙소 베란다로 나왔는데 아랫층의 베란다에서 수상한 물건들을 발견한 것. 방 배정표를 보며 범인 수배에 나섰지만 선수들의 방이 아니었다. 촉이 왔다. 또 습격했다. 라면과 과자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지난해 전지훈련에서 라면을 뺏겨 아픔을 맛본 전성찬(25)이 코치의 습격에 대비해 비어있는 옆방 베란다에 숨겨 놓았던 라면이었다. 전성찬의 비상한 아이디어를 전해들은 성남 선수들도 동참한 뒤였다. 그러나 차 코치의 예리한 눈을 피할 순 없었다. 이를 전해들은 신태용 성남 감독은 웃으며 차 코치에게 엄지를 치켜 세웠다. 반면 한 밤의 라면 파티를 머리에 그리던 성남 선수들은 땅을 쳤다. 뛰는 선수 위에 나는 코치였다.
전남은 반대의 경우다. 정해성 감독은 선수단이 무엇이든 잘 먹어야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선수들의 식성이 만만치 않다. 매일 밤 간식 파티가 벌어진다. 다같이 모여 빵과 우유, 과일, 과자 등을 후딱 해치운다. 특히 용병 사이먼의 식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이먼의 룸메이트인 코니는 "사이먼은 '헝그리(배고파)'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하루에 10끼는 먹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대신 구단 직원들은 매일 밤 발에 불이 난다. 30분이나 떨어져 있는 대형마트에서 충분한 양의 간식거리를 사와도 하루면 끝이 나기 때문이다. 전남 선수들은 저녁마다 백낙우 주무를 찾기에 바쁘다. 간식을 사러 간 백 주무가 돌아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듯 했다.
울산은 고영양 간식식단을 짰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항상 바나나 등 과일을 준비한다. 김호곤 감독은 "배고프면 먹어야지. 그래도 영양가 있는 과일로 배를 채우라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성남의 '라면 전쟁'을 전해 듣자 표정이 바뀌었다. "나는 선수들 방에 들어가지를 않는데 정말 들어가보고 싶다. 선수들이 밤에 뭘하는지, 뭘 몰래 먹는건 아닌지 궁금하다. 나도 습격해보면 분명 뭔가 나올텐데…."
가고시마,미야자키=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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