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앞둔 최강희의 솔직한 심경, "왜 다들 걱정인지…"

기사입력 2012-02-28 12:17



그 날이다.

2월의 마지막 밤인 29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휘슬이 울린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이다.

'삼고초려'의 덫에 걸려 지휘봉을 잡았다. "못한다", "못한다"며 두 차례 고사하다 '백기투항'했다. "거절하러 갔다가 수락한 그날 밤 한숨도 못잤어. 새벽에 목욕탕을 갔다온 후 정신을 차렸어. '아, 이것이 운명이구나'라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나 할까."

고졸 출신에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축구인이었다. 현역시절 태극마크를 29세에 달았다. '야생초 인생'이었다. 잠자리에 들 때도 볼을 놓지 않았다. 축구에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열정과 황소 고집으로 정도를 걸었다.

물러설 곳은 없다. 90분에 모든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동안 쌓았던 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역적이 될 수 있다. 칼자루를 쥔 최강희 A대표팀 감독(53)이 드디어 운명과 충돌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벼랑 끝 혈투다.

결전을 앞둔 그는 과연 어떤 심경일까. 최강희호는 18일 전남 영암에서 출항했다. 열흘이 흘렀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4대2 승)을 그쳤다. 그 때나 지금이나 'A대표팀 감독 최강희'를 관통하는 한 단어가 있다. '여유'다.

출항 직전인 16일, 자정이 다 된 시각이었다. 전화 너머 들려온 그의 음성은 '상식'을 깼다. "걱정이 크죠?" "뭐가? 난 괜찮은데, 주위에서 왜 다들 걱정인지 모르겠어. 내가 위로를 하고 다닌다니까. 진짜 난 걱정없어." 호쾌한 웃음이 흘렀다.

그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19일 첫 훈련 직전 수십명의 취재진이 어색했는지 "어휴"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내 "선수들에게 쿠웨이트전은 절대로 벼랑 끝 승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표팀에는 K-리그에서 기량을 증명한 우수한 선수들이 모였다. 준비만 잘 하면 멋진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차근차근 계단을 올랐다. 수비라인과 중원, 공격라인을 재정비했다. 내부적으로는 지나친 긴장은 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한국 축구가 여전히 '아시아 최강'이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못 이길 팀도 없고, 쉽게 이길 팀도 없지만 그래도 한국 축구는 죽지 않았어. 부담감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어. 못할 것 없지. 진하게 도전을 해야지. 사람은 그렇게 사는 겁니다."

최 감독은 아시아 축구에 잔뼈가 굵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수차례 부딪혔다. 2006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결승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비록 우승컵을 품에 안지 못했지만 더 큰 영광을 누렸다. 자신의 히트상품인 '닥공(닥치고 공격·셧업 앤 어택·Shut Up And Attack)'이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됐다. 중동 축구의 흐름은 물론 선수들의 심리도 꿰뚫고 있다. 쿠웨이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적은 밖이 아니 안에 있다. 클럽 감독은 선수단 운용에 한계가 있다. 늘 1% 부족하다. 자금, 다른 구단과의 이해관계 등으로 희망하는 선수를 모두 영입할 수 없다. 대표팀 감독은 다르다. 훈련 시간이 부족한 것은 흠이지만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다. 최고의 선수를 발탁해 팀을 꾸릴 수 있다. 쿠웨이트전에 발탁한 선수들은 그의 눈에 비친 2012년 2월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들이다.

최 감독은 '기분좋은 고민'에 빠졌다. 능력있는 선수들에 맞게 팀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자신감이 가득하다. "선수들이 워낙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걱정이 없다. 다만 어떤 조합으로 나갈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쿠웨이트전은 징검다리일 뿐이다. 최 감독은 6월 시작되는 최종예선에서 또 다른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그래서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인간 최강희'가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