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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과 부산 아이파크 간의 2012년 K-리그 1라운드가 열린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 1대0으로 승리한 수원 선수들이 서포터즈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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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팀들에 수원 삼성은 잔칫날 만큼은 피하고 싶은 상대다.
재밌는 이유가 있다. 이미 수원은 남의 잔칫상을 두 번이 뒤엎은 역사가 있다. 수원과 잔칫날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2003년부터다. 그해 3월 23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FC 창단경기 겸 K-리그 개막전. 대구 스타디움에는 연고팀 창단을 축하하기 위해 4만5210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초대 사령탑인 박종환 감독의 존재가 대구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인연을 맺었던 박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았을 정도다. 그러나 당시 김 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수원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용병 뚜따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강호 수원을 상대로 접전을 펼치자 달아올랐던 경기장 분위기는 일순간 싸늘해졌다. 승리한 수원 선수단은 원망섞인 눈칫밥을 먹으면서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2006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3월 1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 개막전을 가졌다. 당시 경기는 부천이 제주로 이사를 온 뒤 처음으로 갖는 홈 경기였다. 제주 구단 모기업인 SK 수뇌부가 제주월드컵경기장으로 집결했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서 서귀포까지 건너온 관중이 무려 3만2517명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도 수원은 0대0 무승부를 이끌어 내면서 잔칫날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수원 관계자는 "당시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이운재와 조원희, 김남일이 뛰는 것을 본 관중들이 수원을 응원해 제주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워 했다"고 웃었다.
이런 수원이 또 악역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번 무대는 '집들이'다. 시민구단 대표 격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홈구장인 숭의축구전용구장 개장경기에 초대를 받았다. 숭의구장은 2004년 인천 구단 창단 때부터의 숙원사업이었다. 공사 중단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겨우 빛을 봤다. 2만여 좌석에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불과 1m 밖에 되지 않고, 경기장 내 각종 수익시설이 들어서는 최첨단 경기장이다. 11일 수원전은 화룡점정의 흥행카드다. 경기 당일 만원관중이 예상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새 집을 마련한 인천이 최근 임금체불 문제를 벗어 던지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부산 아이파크와의 개막전에서 다소 실망스런 경기력에 그쳤던 수원 입장에서도 뭔가 보여줘야 할 경기다. 앞서 불청객 역할을 톡톡히 했던 수원은 이번에도 호락호락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수원 관계자는 "또 악역을 맡게 됐지만 남의 잔칫날이라고 해서 우리가 봐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멋진 경기로 팬들에게 보답하면 그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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