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FC서울 '승리 버스'는 닭다리를 먹었다

기사입력 2012-04-01 15:53


FC서울이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경기에 무료셔틀버스인 'FC서울 승리버스'를 운행했다. 서울의 팬들이 서울시청 대한문 앞에서 버스에 탑승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슈퍼 매치'가 수원에서 열리는 날이면 서울 강남역과 사당역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넘쳐난다. 서울의 검붉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서울의 서포터스 '수호신'과 푸른 유니폼의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가 수원월드컵경기장 '빅버드'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때문이다. 두 팀의 서포터스가 고속버스 안에 공존한다. 버스에는 긴장감이 넘친다. 라이벌 매치를 보는 또다른 재미다. 그러나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라이벌 매치'가 열리지만 강남역과 사당역은 한산했을 것 같다. FC 서울이 원정길에 나서는 서포터스를 위해 대규모 무료 셔틀 버스를 운행했기 때문이다. 상앙월드컵경기장, 서울시청 앞, 강남역 등 3곳에 47대의 셔틀 버스가 준비됐다. 이른바 승리를 부르는 '승리 버스'다. 약 2000여명의 원정 서포터스가 운집했다. K-리그에서 흔치 않은 대규모 원정단. 놓칠 수 없는 진풍경이다. '승리 버스' 25호차에 동승해 수원으로 향하는 1시간을 함께 했다. 즐거움, 기대감, 웃음, 닭다리가 넘쳐나는 '승리 버스'였다.

'승리 버스'가 탄생하기까지

서울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대규모 원정단이다. 그동안 수원 원정의 경우 서포터스를 위해 5~6대의 셔틀 버스를 운행했다. 하지만 수원경기장으로 오가는 교통편이 불편하다는 팬들의 불만이 끊이질 안았다. 3월 18일 대전전이 끝난 뒤 서울 프런트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결과물이 '승리 버스'였다. 서울의 관계자는 "서울-수원전은 팬들도 즐거워야 한다. 팬과 함께하는 K-리그의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승리 버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초 예상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2000명이 모였다. 현장에서 '승리 버스'를 타고자하는 팬들도 넘쳐났다.


FC서울의 팬들이 서울시청 대한문 앞에서 버스에 오르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검붉은 물결이 점령한 덕수궁 돌담길

승리 버스는 세 곳에서 출발했다. 서포터스만을 태운 7대의 버스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출발했다. 서울 시청과 강남역에는 각각 25대와 15대의 버스에 나눠탈 2000명이 집결했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서울 시청 앞 덕수궁 돌담길. 당초 집결 시간은 12시 30분이었지만 검붉은 물결의 머리는 10시 30분부터 형성됐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500여명이 넘는 사람들로 인간 줄이 형성됐다. 버스 25대가 돌담길 앞 도로를 점령했다. 덕수궁에 관광 온 외국인들조차 진풍경에 주목했다. 긴 줄의 맨 앞은 2002년 만들어진 소모임 '서울 아빠'들이 차지했다. 200명이 가입된 최대규모의 소모임 서울 아빠의 부회장 곽동석씨(44·아이디 곽캡틴)는 "경기장에 빨리가고 싶어 일찍부터 나왔다. 서울 아빠 회원 150명이 응원을 하러 간다. 구단에서 이런 팬서비스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 경기가 끝나도 편하게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 서포터스도 동참했다. 잉글랜드의 축구 아이콘 데이비드 베컴의 사촌으로 수호신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폴 카버씨(36)도 아들 카버 동희군(11)과 함께 '승리 버스'에 올랐다. 2007년부터 서울 서포터스로 활동했다는 그는 "4~5년 동안 K-리그를 봤는데 경기 수준도 좋아지고 서포터스 문화도 좋아졌다"며 "잉글랜드에 비해 한국은 원정 팬이 없는 편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K-리그에도 원정팬이 많아지길 기대한다"는 희망을 전했다.


FC서울 팬들이 서울시청 대한문 앞에서 버스에 탑승하기 전 머플러와 유니폼을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승리 버스를 달군 닭다리

'승리 버스'에는 즐거움이 넘쳤다. 버스 출발과 동시에 나눠준 '닭다리' 과자가 흥을 돋우었다. 수원의 마스코트 '아길레온(새)'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동물, 바로 그 닭이다. 서울 관계자는 "빵과 음료수 등 간식을 준비했는데 과자도 빠질 수 없다"며 웃었다. '승점 자판기' 영상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서울 팬들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입이 즐거운 만큼 눈도 즐거웠다. 서울-수원전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버스 TV를 통해 흘러나왔다. 2007년 컵대회와 2008년 시즌 영상이었다. 기성용(셀틱) 이청용(볼턴) 박주영(아스널) 정조국(낭시) 이을용(은퇴) 등 추억(?)의 서울 스타들이 TV를 통해 등장하자 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박주영이 해트트릭을 기록하자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이을용의 왼발 슈팅이 이운재 골키퍼(당시 수원)의 선방에 막히자, 탄식이 터져나왔다. 격전지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슈퍼 매치'의 기운이 버스를 뒤덮었다. 무료 셔틀 버스 덕분일까. 수원 원정에 오는 서울 서포터스는 평균 1500~2000여명. 그러나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 S석(서울 서포터스석)에는 4000여명이 운집했다. 수원 서포터스석이 꽉 들어찬 건 당연했다. 팬과 함께하는 '슈퍼 매치'는 축제였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의 빈 좌석은 없었다.
수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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