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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칼자루를 쥐고 있었고, 맘껏 휘둘렀다.
대한축구협회는 그 탓을 코칭스태프에 돌렸다. "대표팀 감독 교체 문제 등으로 협회가 집중 비판을 당하고 있던 당시에 금전 비리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협회의 이미지 추락이 염려돼 문제를 봉합하는 고육지책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2월 사죄 기자회견에 선 조중연 축구협회장의 변명이다. "송구스럽다", "깊은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 등을 반복하며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는 듯 했다. 속은 여전히 곪어 썩어가고 있다.
축구협회 입장에서 그들은 여전히 죄인이다. 조광래 감독을 비롯해 박태하-서정원-김현태-가마 코치와 '비겁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조 감독은 쉬고 있고, 국내 코치들은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박태하 코치는 서울, 서정원 코치는 수원, 김현태 코치는 인천에 둥지를 틀었다. 자리를 찾든, 못 찾든 계약을 파기한 축구협회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계약기간까지 지급돼야 할 급여는 12월 이후 입금되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는 코치들이 프로팀에서 직장을 구해 더 이상 돈을 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조 감독과의 계약은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3차예선 최종전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조 감독의 계약서에도 7월로 명시돼 있다. 축구협회는 가마 코치와의 중재 결과가 나온 후 급여가 아닌 '위로금 명목'으로 조금의 '성의'를 표시하겠단다.
비리직원에게는 1억5000만원이 아깝지 않은 조직이다. 반면 '괘씸죄'에 걸리면 계약도 휴지 조각이 되는 조직이 축구협회다.
포상금도 마찬가지다. 백기를 들었지만 뒷북 행정은 여전히 법이 없다. 축구협회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오른 A대표팀에 5억원을 지급했다. 최종전에서 뛰었든, 뛰지 않았든 3차예선에 참가한 3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기여도에 따라 2000-1500-1000-500만원씩 차등 지급했다. 최종전 한 경기만 치른 최강희 감독 등 현 코칭스태프도 2000∼3000만원씩 받았다. 1~5차전을 지휘한 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포상에서 제외했다. 그동안 억울해도 '누워서 침뱉기'라며 쉬쉬하던 코치진이 발끈했다. 축구협회는 3일 문제점을 시인하고 별도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상처는 남았다.
조 회장과 행정을 총괄하는 김주성 사무총장, 조 감독과 그를 보좌한 코치진은 다 같은 축구인이다. 모두가 한국 축구의 자산이다. 축구는 정치가 아니다. 뒷 맛은 씁쓸하다. 한 번 눈밖에 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축구협회의 생리다. 마치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는 듯 하다.
축구협회는 흘러간 조광래호의 발목을 더 이상 잡아서는 안된다. 또 다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