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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5연패 했던 감독대행이에요. 당연히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김 감독 부임 후 인천의 성적표는 2무2패다.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김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실 감독대행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했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감독대행은 감독보다 스트레스가 더 많은 자리다. 언제 새로운 감독이 올지 모르는 불안감에, 그렇다고 코치시절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성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축구적으로도 전임 감독이 만든 색깔을 바꾸기 쉽지 않다. 이미 선수단 구성은 완료됐고, 기존 전술도 몸에 익은 상태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조금씩 인천을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감독대행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그는 "급하게 마음 먹으면 안된다.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내 갈 길을 묵묵히 갈 것이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인천에 공격축구를 덧칠하고 있다. 이미 호평을 받고 있다. 설기현을 중심으로 박준태 문상윤 정 혁 김재웅 등 젊은 선수들을 2선에 포진시킨 김봉길표 공격축구는 '원조 닥공' 전북을 상대로 3골을 넣으며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천의 한 관계자는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친 경기를 오랜만에 봤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홈에서는 관중을 감동시키는 축구를 하고 싶다. 원정에서는 수비위주로 하더라도 홈에서는 가급적 공격에 포커스를 맞출 예정이다"고 했다. 그는 이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얼마전에 (설)기현이 (김)남일이와 밥을 먹었는데 그러더라구요. 대행 꼬리표 떼주겠다고. 근데 나는 위치에 별 관심이 없어요."
김 감독이 내놓은 의외의 답변이다. 젊은 감독이 득세하는 K-리그에서 김 감독의 나이면 충분히 감독 욕심을 낼 만 하다. 그러나 그는 손사레를 친다. "물론 감독이 되면 좋다. 나라고 내 구미에 맞는 선수를 영입하고, 천천히 시간을 갖고 팀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는가.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꿈이 있다." 그가 아직까지 버리지 않은 꿈이 궁금했다.
김 감독은 곧 "김봉길에게 축구를 배운 선수들이 진짜 축구를 배웠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흔한 얘기지만 진정성이 느껴졌다. 김 감독은 "나는 그 흔한 해외연수 한번 안했다. 코치 생활하면서 허정무, 페트코비치, 장외룡, 정병탁 등 훌륭한 감독들만 모셨다. 그분들의 장점을 충분히 배웠다. 무엇을 해야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알고 있다. 이를 선수들에게 다 알려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선수들도 김 감독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훈련장에서나, 경기장에서나 달라진 눈빛을 보이고 있다. 설기현은 "감독님이 실수에 대해서는 너그러히 용서해준신다. 자신감 없는 플레이를 할 때는 지적을 한다. 개인보다는 팀을 앞세우셔서 이에 맞춰서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이 아픈 기억을 씻고 날아오를 수 있을지. 더 큰 꿈을 꾸는 김봉길 감독대행의 '진짜' 감독생활은 이제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