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풍 이끄는 '브라질 킬러들의 수다'

기사입력 2012-05-15 10:28


제주 돌풍을 이끌고 있는 브라질 삼총사 자일, 호벨치, 산토스(왼쪽부터). 제주=박찬준 기자

제주의 브라질 삼총사에게 '셋이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경기, 후반 45분 페널티킥 키커는 누구에게 양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무조건 순번대로 찰 것이다. 1번 산토스, 2번 호벨치, 3번 자일 순이다. 13일 강원전에서 호벨치가 교체아웃되지 않았더라면 호벨치가 찼을 것이다. 해트트릭 기회가 있는 자일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반문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룰이다. 결정적 순간이 되도 순번을 지킬 것이다. 물론 다른 팀 선수들과 득점왕 경쟁을 한다면 양보하겠지만."

'원칙'과 '형제애'는 산토스-자일-호벨치 제주의 브라질 삼총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공격수인 만큼 득점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우리는 제주에 속해 있는 선수다. 서로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라고 생각해서 '내가 못넣었다'고 질투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골을 넣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제주 브라질 삼총사의 기세가 대단하다. 산토스는 6골-7도움, 자일은 7골-4도움, 호벨치는 3골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제주의 성적도 춤을 추고 있다. 브라질 삼총사의 활약을 앞세워 제주는 선두 수원에 승점 1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송진형 배일환 서동현 등 토종 선수들의 선전도 무시할 수 없지만 제주의 힘은 브라질 트리오에서 나온다. 박경훈 감독도 경기장 안팎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브라질 삼총사에 엄지를 치켜올렸다.

서먹함은 잠깐이었다. 낯선 한국땅에서 처음 본 사이였지만, 브라질이라는 끈으로 인해 금방 의기투합했다. 경기장 밖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했다. 가장 먼저 적응한 산토스가 자일과 호벨치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자일에게 한국에서 느끼고 배운 것에 대해 조언해줬다. 코칭스태프나 사무국이 원하는 스타일을 전해줬다. 호벨치는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많아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항상 붙어 다니는만큼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매일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누구 하나라도 약점을 보이면 물어 뜯는다. 간단한 내기도 자주 한다. 서로 장난기가 많아서 오해도 많이 산다. 호벨치는 "장난칠 때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지 않나. 우리가 장난치는데 코칭스태프가 싸우는 줄 알고 심각하게 말릴 때가 있다. 그거 보고 우리끼리 또 웃는다"고 했다.


제주 돌풍을 이끌고 있는 브라질 삼총사 산토스, 자일, 호벨치(왼쪽부터). 제주=박찬준 기자
이들이 제주에 올 때까지 한국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라고는 2002년 한-일월드컵과 박지성 이영표가 전부였다. 그러나 금세 한국의 매력에 빠졌다. 산토스를 제외하고 아직 한국 음식을 잘 먹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의 친절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자일은 "아내가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 사람은 어딜 가도 예의바르게 행동한다. 이제는 아내 혼자서도 걱정없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웃었다. 아직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단다. 셋은 이구동성으로 "지금은 이해하고 있지만, 상하관계가 너무 경직돼 있는 것을 보고 놀랬다. 브라질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예의는 중요하지만 이 정도로 상하 관계가 엄격하진 않다. 한두살 차이도 철저히 지키더라"고 했다. 쉬고 있던 권순형이 내려오자 산토스가 한마디 했다. "권순형이 나보다 어린데 물 갖고 오라는 지시를 어긴다. 그러면 안된다." 당황한 권순형이 자리를 떠나자 브라질 선수들이 웃었다.

박경훈 감독은 브라질 삼총사의 멘토다. 산토스는 "버릇없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친구같이 편하다"며 웃었고, 자일은 "매일 몸상태를 물어봐준다. 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벨치는 "전술적인 평가? 지금 보여주는 제주 축구로 설명이 가능하지 않나"고 했다. 브라질인이 보는 K-리그가 궁금했다. 이들은 '굉장히 파워풀하다'고 입을 모았다. 적응하기 쉬운 리그가 아니라고 했다. 특히 수원의 박현범, 전북의 이동국 등은 브라질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 스페인 레알 베티스 등을 경험한 호벨치는 "시설에는 만족하고 있다. 지난번 홍정호 부상 때 비디오 판독으로 사후 처벌한 것도 만족스럽다. 그러나 개인 기록 선정 기준이 조금 더 공격수쪽에 유리했으면 좋겠다. K-리그는 조금 박하더라. 공격 포인트가 많아져야 이야깃거리가 많아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브라질 삼총사의 목표는 리그 우승이다. 이들은 득점왕도 하고 싶다고 했다. 서로 양보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들이 득점왕을 하고 싶다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공격수로서 많은 골을 넣을수록 우승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외국인 선수. 제주가 순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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