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출신 몰리나(32·서울)는 지난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9년 한국 땅을 밟은 그는 변화를 선택했다. FC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서울은 2010년 10년 만에 K-리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시아 정상을 꿈꾸며 몰리나를 영입했다. 기대가 컸다. 실망도 컸다. 시즌 초반 충돌했다.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은 낙제점이었다. 겉돌았다. 다시 이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8월 27일 강원전에선 사상 첫 골-도움 해트트릭을 동시에 작성하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국제 축구에서도 보기 드문 진기록이었다. 그러나 웃지 못했다. 지난 시즌 29경기에 출전, 10골-12도움을 기록했지만 서울은 무관에 울었다. K-리그 2연패와 아시아 정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 겨울 누구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냈다. 단내나는 동계전지훈련을 군소리없이 소화했다. 주포 데얀이 이적설로 흔들렸지만, 그는 자리를 지켰다.
올시즌 몰리나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이 춤을 추고 있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는 13라운드가 흘렀다. 서울은 16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1패만 기록하고 있다. 8승4무1패(승점 28)로 19일 1위를 재탈환했다. 4연승 중이다.
몰리나의 역사다. 그는 최근 4경기에서 2골-4도움을 올렸다. 서울이 매경기 터트린 골에는 그의 이름이 있다. 전환점은 지난달 29일 강원전이었다. 서울은 3연속 무승부로 부진에 빠져 있었다. 강원전도 1-1로 끝날 것 같았다. 볼을 향한 몰리나의 무서운 집념이 시계를 돌려놓았다. 경기 종료 직전 상대 수비의 실수를 틈타 볼을 낚아챘고, 데얀에게 패스해 결승골을 연출했다. 이어 5일 포항(2대1 승), 12일 경남(1대0 승)전의 결승골도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19일 광주 원정에서는 전반 6분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데얀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데 이어 24분 뒤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서울은 지난해 광주 원정에 아픔이 있다. 4월 24일 약체 광주에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황보관 전 감독은 이틀 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몰리나도 감독의 도중하차에 자유롭지 못했다. 그 상처를 깨끗하게 치유했다.
몰리나는 올시즌 기복이 없다. 꼬인 매듭을 푸는 열쇠는 그가 쥐고 있다. 숫자가 말해준다. 전 경기(13경기)에 선발 출전, 7골-7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반환점을 돌기 전 지난 시즌의 공격포인트에 육박했다. 공격포인트 순위에서는 단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몰리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더 커졌다. 그는 "벤치에서도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공간이 협소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상황인데도 3~4명을 제치고 활로를 뚫는다. K-리그 최고의 외국인선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반색했다. 이어 "이번 동계 훈련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이런 혹독한 훈련을 받았을 때 반발심이 생길 수도 있는데 불평 한 마디 없이 묵묵히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그것이 지금의 활약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웃었다.
지난해 이맘 때 그는 '계륵'같은 존재였다. 올시즌은 '만인의 연인'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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