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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의 전술 흐름을 볼 수 있는 대회는 역시 월드컵이다. 토탈축구, 압박축구 등은 모두 월드컵을 기점으로 유행을 탔다. 월드컵 2년 전에 열리는 유럽선수권대회는 향후 전술 변화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다. 11일(한국시각) 폴란드 아레나 그단스크에서 열린 스페인과 이탈리아와의 유로2012 C조 1차전(1대1 무)은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 싸움 만큼 감독들의 다양한 지략 대결이 펼쳐지며 흥미를 끌었다.
이탈리아가 꺼내든 3-5-2는 일부 팀들에 의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대축구에서 사실상 사장된 전술이다. 그러나 프란델레 감독은 몇가지 특별한 마법을 첨가하며 스페인을 괴롭혔다. 이탈리아는 미드필더 데 로시(AS로마)를 리베로로, 공격적인 성향의 지아케리니(유벤투스)-마지오(나폴리)를 좌우 미드필더로 포진시키며 공격적 색채를 더했다.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을 촘촘히 하며 압박보다는 숫적 우위를 활용하여 스페인 선수를 가둬두는 인상이 강했다. 수비진은 더욱 독특했다. 데 로시-키엘리니-보누치(이상 유벤투스)로 이루어진 스리백은 전형적인 형태와는 달랐다. 스리백은 스위퍼형 센터백 1명에 스토퍼형 센터백 2명이 포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프란델리 감독은 모두 스위퍼형 선수를 기용했다. 예측이 뛰어난 스위퍼형 센터백을 활용해 2대1 패스로 문전에 침투하는 스페인식 축구에 대응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좌우 윙백도 수세시에는 중앙쪽으로 좁히며 스페인이 2대1 패스를 정확히 할 수 없도록 페널티박스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가 수비만 한 것은 아니다. 예선전부터 패싱축구로 호평을 받은 모타(PSG)-피를로-마르키시오(이상 유벤투스) 라인은 탁월한 키핑력과 정확한 패스워크를 보였으며, 공세시에는 빠르게 전방까지 올라갔다. 선제골도 이탈리아의 몫이었다. 후반 15분 발로텔리(맨시티)를 대신해 들어간 디 나탈레(우디네세)가 피를로의 패스를 받아 첫 골을 넣었다.
델 보스케 감독은 비야(바르셀로나)의 부상으로 약해진 공격진의 파괴력을 메우고 풍부한 미드필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짜 9번' 전술을 꺼내들었다. 스페인은 이탈리아의 저항에 다소 흔들렸지만, 전술 방향의 일관성을 잃지는 않았다. 후반들어 체력이 떨어진 이탈리아가 약간의 공간만 내줘도 틈을 놓치지 않았다. 교체투입된 토레스가 두차례 찬스를 놓치는 등 제 몫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짜 9번' 전술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감독들의 지략대결을 지켜보며 향후 전술의 트렌드를 예상하는 것은 이번 유로2012을 보는 숨은 재미가 될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