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줄기는 위력이 떨어졌다.
1차전에서 네덜란드를 1대0으로 물리치고 이변을 연출한 덴마크의 저력은 무서웠다. 벤트네르가 전반 41분 만회골을 터트렸다. 포르투갈과 덴마크는 인연이 질기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이번 대회 예선에서 같은 조에 속했다. 벤트네르는 4차례의 포르투갈전에서 3골을 작렬시켰다. '포르투갈 킬러'로 유명하다.
한 골차는 안심할 수 없었다. 호날두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후반 4분 상대 골키퍼와 1대1로 맞닥뜨렸다. 뭔가에 쫓기는 듯 서둘렀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골키퍼에 막혔다. 낙담이 컸다. 후반 32분 나니의 그림같은 스루패스가 호날두의 발끝에 안겼다. 그의 앞에는 다시 한번 골키퍼 뿐이다. 28분 전보다 더 좋은 환상적인 기회였다. 못 넣기가 더 힘든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슈팅한 볼은 어이없게 골문을 빗겨갔다. 두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주장 완장은 초라했다. 한 골만 들어갔다면 덴마크는 회생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호날두를 구해준 인물은 27세 동갑내기 실베스트르 바렐라였다. 후반 42분이었다. 교체 투입된 그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골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FC포르투 소속인 바렐라는 2010년 A매치에 데뷔한 미완의 대기다. 무명에 가깝다. 파울루 벤투 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가 A매치 8번째 출전이다. '신데렐라'로 떴다. 조국과 호날두를 구했다.
포르투갈이 바렐라를 앞세워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14일(이하 한국시각) 우크라이나 리보브경기장에서 벌어진 유로 2012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숙적 덴마크를 3대2로 물리쳤다. 1차전에서 독일에 0대1로 패한 포르투갈은 승점 3점(1승1패)을 기록했다. 덴마크의 승점도 3점(1승1패)이다. 죽음의 조는 무늬가 아니었다. 살얼음판 생존 경쟁이다.
같은 조의 독일은 이날 네덜란드를 2대1로 물리쳤다. 고메스가 홀로 2골을 쓸어담았다. 독일은 2연승(승점 6점)으로 B조 단독 선두에 올랐다. 강호 네덜란드는 2연패의 늪에 빠지며 탈락위기에 내몰렸다. 각 조 1, 2위가 8강에 오른다. 운명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결정된다. 포르투갈은 18일 네덜란드, 독일은 덴마크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경기장에서 몇몇 팬들은 호날두를 향해 "메시, 메시"를 연호하며 비꼬았다. 아르헨티나 출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호날두의 최대 라이벌이다. 두 선수는 지구촌 축구의 양대산맥이다. 발롱도르(올해의 선수)를 놓고 매년 경합하고 있다. 메시가 최근 3년간 이 상을 수상했다.
호날두는 불편했다. "메시가 지난해 여름 무엇을 한 줄 아느냐. 코파아메리카에 출전해 8강에서 탈락했다." 남미선수권인 코파아메리카는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다. 메시가 출격했지만 8강전에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실수를 할 수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라며 "나도 골을 넣고 싶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곧 골이 터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실수가 아닌 우리 팀이 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날두는 과연 언제 부활할까. '죽음의 조' 향방에 그의 운명도 달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