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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같았다.
고메스를 믿은 뢰프 감독의 뚝심
독일의 최대 장점은 두터운 스쿼드다. 각 포지션마다 수준급의 선수들이 복수로 포진돼 있다. 이는 곧 베스트11 구축의 어려움을 의미하기도 했다. 특히 클로제와 고메스가 경합을 벌인 최전방 공격수는 뢰프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클로제와 고메스는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졌다. 클로제가 연계 능력이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한 반면 체력적 문제가 있다. 고메스는 빼어난 결정력을 지니고 있지만, 큰 경기에서 약하고 혼자서 만드는 능력이 떨어진다. 최전방에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번 대회에 임하는 독일의 색깔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뢰프 감독의 결정은 눈길을 모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메스는 덴마크와의 1차전에서 한 골,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 두 골, 총 세 골을 몰아치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차전만 하더라도 완벽하지 못한 독일이었지만, 고메스의 득점력이 살아나자 팀 전체의 조직력도 올라가고 있다. 고메스도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메이저대회 징크스를 떨치는 모습이다. 강팀들이 8강 이후 컨디션이 더욱 올라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독일은 더 강해질 것이다.
귤? 낑깡? 이도저도 아닌 오렌지
물론 네덜란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팀내 불화 때문이다.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사위인 미드필더 마르크 판보멀의 주전 기용을 두고 질타를 받았고, 이로인해 팀내 기강이 흔들렸다. 휜텔라르와 판데르파르트는 자신이 뛰어야 한다며 감독을 압박했다. 네덜란드는 판브롱크호르스트가 은퇴하고, 데부르 수석코치가 아약스로 떠나며 팀구심점을 잃어버렸다. 모래알처럼 흩어져버린 네덜란드의 선수들은 조직력 대신 개인 플레이를 앞세웠다.
전술적으로도 흔들렸다.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서 네덜란드 특유의 화려한 공격축구 대신 탄탄한 수비를 앞세운 실리축구를 펼쳤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네덜란드는 '최강' 스페인에 아깝게 밀리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수비 조직력을 완성시킨 네덜란드의 다음 단계는 공격강화였다. 판페르시, 휜텔라르, 로번, 스네이더르 등의 공격자원을 보유한 네덜란드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네덜란드는 예선 10경기서 무려 37골을 넣으며 최고의 화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정작 대회가 시작되자 이도저도 아닌 팀이 되어 버렸다.
공격은 부실했고, 수비는 흔들렸다. 포르투갈과의 최종전은 네덜란드의 이번 대회 부진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판데르파르트가 판보멀 대신 투입됐지만, 네덜란드가 필요한 것은 공격보다는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분데스리가 득점왕 휜텔라르는 패스가 집중되지 못하자 평범한 공격수에 불과했다. 어느 한 선수의 잘못이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다. 최고의 개인기를 갖고 있는 네덜란드 선수들의 움직임은 조직적인 압박 앞에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네덜란드는 그 바탕이 되는 조직력을 잃어버린 채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쓸쓸히 유로2012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