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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대결에서 스승이 이겼다. 김호곤 울산 감독과 신태용 성남 감독은 막역한 사제지간이다. 두 감독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대표팀에서 김 감독은 코치, 신 감독은 선수였다. 각별했던 사제 관계는 20년 넘도록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김 감독에게 신 감독은 특별한 후배다. 언젠가 신 감독에 대해 묻는 질문에 김 감독은 "진짜 남자다운 친구다. 제자라고 생각하는 후배들이 많지만 특별하다"고 평했었다. 경기 직전 1시간 넘게 그라운드에서 담소를 주고받았다.
이날 후반 종료 2분전 터진 동점골, 인저리타임 터진 역전골은 충격 그 자체였다. 철퇴의 위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날 경기 직전 만난 '백전노장' 김 감독은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K-리그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며 선수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유럽-중동 원정을 다녀온 국가대표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센터백 곽태휘가 부상으로 쓰러졌고, 공격수 이근호는 피로를 호소했다. 수비 실수로 전반 6분 일찌감치 에벨톤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전반 내내 공격의 맥을 찾지 못했다.
김 감독은 하프타임 김신욱에게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발 빠른 타이밍과 위치 선정을 주문하며 독려했지만 '이러다 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후반 43분 김신욱의 동점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연장전을 준비할 심산이었다. 마라냥의 골로 승리를 꿰찼다. 짜릿했다. 김 감독은 "정말 기분이 좋다. 주말 서울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사기가 치솟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후배'에게 쓰디쓴 패배의 잔을 안긴 부분에선 이내 미안한 표정이 됐다. "성남도 FA컵에 기대를 많이 했을 텐데 승부의 세계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후배한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도 갈길이 바쁘다 보니…"라며 말을 흐렸다. "리그보다는 상대적으로 경기수가 적은 FA컵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사실 원정이고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어 자신은 없었다. 이길 확률을 50대50 정도로 봤다"고 했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