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남 기쁨 미루고 훈련한 라돈치치, 부상으로 날아간 꿈

기사입력 2012-06-22 15:01


◇서울과 수원의 2012년 FA컵 16강 경기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원 라돈치치가 서울 김진규의 태클에 걸려 넘어진 후 괴로워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수원 삼성 공격수 라돈치치(29)는 지난 5월 말 득남했다.

결혼 1년여 만에 얻은 결실이었다. 외로운 타향살이에 지치던 차 아내를 만나 다시 웃을 수 있었고, 금쪽같은 아들까지 얻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훈련이었다. 전북 현대에 0대3 완패를 당한 수원은 A매치 휴식기 동안 가평 전지훈련에 나섰다. 윤성효 감독은 라돈치치를 불렀다. "득남을 축하한다. 잠시 아내를 보고 오는 것은 허락하겠지만, 훈련에 참가해줬으면 좋겠다." 자신의 반쪽을 얻은 기쁨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일터로 나서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수원 구단 관계자들도 차마 라돈치치에 말을 건네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라돈치치는 의연했다. "라돈치치 축구선수에요. 축구선수 훈련 하는 거 당연한 일이야. 하나도 안 섭섭해요." 자신의 부진을 잘 알고 있었다. 리그 초반 가공할 득점행진을 펼쳤으나, 4월 11일 포항전 이후 포문이 닫혔다. 7경기에서 단 1골에 그치는 부진을 털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A매치 휴식기를 마친 뒤 가진 상주 상무전에서 1도움을 신고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윤 감독은 미소를 지었고, 수원은 라돈치치의 활약을 앞세워 선두 탈환을 기대했다.

꿈은 물거품이 됐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라돈치치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12년 FA컵 16강전에 출전했다가 김진규와 충돌해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수원 구단 측은 "진단 결과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가 60% 이상 손상되어 치료와 재활에 4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아쉬워 했다. 라돈치치는 2010년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했다가 오른쪽 무릎을 부상했다. 2011년 1월 독일에서 수술을 받은 뒤 7개월 간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수원 측은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아쉬워 했다. 윤 감독은 "라돈치치가 부상한 상황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내주 초 김진규의 파울에 대한 고의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을 유발할 정도의 심한 파울은 상벌위원회 판단에 따라 추가 징계로 연결될 수 있다. 지난 4월 K-리그 경기 중 홍정호(제주)에 심각한 부상을 입힌 윤신영(경남)은 경기 후 상벌위원회에 회부되어 4경기 출전정지 및 12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에벨찡요(성남)의 발을 밟았던 스테보(수원)에게도 두 경기 출전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이와 달리 고명진(서울)의 갈비뼈 부상을 유발한 신형민(포항)은 징계를 받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있다.

라돈치치의 부상이 발표된 2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라돈치치와 정성룡(수원)이 출연한 K-리그 올스타전 홍보 동영상이 공개됐다. 서울전을 앞두고 있던 라돈치치는 자신에게 불어닥칠 불행을 예감하지 못한 채 해맑게 웃으며 K-리그 올스타전에 대한 기대감을 재치있게 풀어냈다. 이 순간 라돈치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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