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포항 감독(44)이 믿을 건 주장뿐이었다. '페널티킥'이란 단어만 나오면 황 감독은 한숨부터 쉰다. 악연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울산과의 플레이오프 때였다. 선수생활 동안 페널티킥을 한 번도 놓쳐본 적이 없는 모따와 황진성이 연거푸 실축했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페널티킥 선방의 달인' 김승규에 무릎을 꿇었다. 올시즌에는 더 심하다. 불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제주전(2대3 패)에서 득점 1위를 질주하던 지쿠가 페널티킥을 놓쳤다. 2일 감바 오사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아사모아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조란이 놓쳤다. 다행히 2대0으로 승리해 '페널티킥 실축 = 패배'라는 징크스는 깼다. 그러나 좀처럼 페널티킥 골이 터지지 않는다. 6월 14일 인천전(1대1 무)에선 아사모아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신형민이 실패했다. 27일 울산전(1대3 패)에서도 노병준이 김영광의 벽을 넘지 못했다. 포항은 이번 시즌 페널티킥 최다 실축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황 감독은 '페널티킥 공포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형민을 택했다. 황 감독은 28일 포항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포항-수원전(7월 1일 오후 7시) 미디어데이에서 "내 마음의 1번 키커는 신형민이다. 결국 주장이 책임을 저야 한다. 형민아! 자신있지?"라고 반문했다. 신형민은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계속 선수들이 찬스가 오는데 실수를 한다.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있을 경기에서는 내가 가장 먼저 가서 자신있게 차겠다.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페널티킥 실축에 대한 책임은 자신의 몫이라는 것이 황 감독의 생각이다. 황 감독은 "페널티킥을 넣든 못넣든 주장의 역할이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찬다면 자신있게 맡길 것이다.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선수들은 훈련이 끝나면 페널티킥을 집중 연마한다. 10번을 차면 100%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그러나 실전에선 다르다. 아이러니컬한 부분이다.
황 감독은 페널티킥 말고도 부상선수 속출에 애가 타고 있다. 미드필더 조찬호가 정강이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김태수도 쓰러졌다. 여기에 아사모아, 지쿠, 조란 등 외국인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와 컨디션 회복 중이다. 경기 투입시기는 지켜보고 있다. 게다가 주전 골키퍼 신화용과 수비수 신광훈이 퇴장으로 수원전에 결장한다. 그러나 황 감독은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전력누수가 많다. 그러나 핑계될 수 없다. 수원전 끝나면 1주일의 시간이 있다. 최대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가동할 것이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임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포항은 수원과의 역대 전적에서 22승15무23패를 기록, 근소하게 뒤져 있다. 황 감독은 자존심을 얘기했다. "빅 클럽간의 경기는 한 경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승점 3의 의미보다는 라이벌간 자존심 대결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