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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력'이란 단어는 참 무섭다. 다른 객관적 요소를 무시해버린다.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이탈리아는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늘 그랬듯이 자기만의 축구를 유지했다.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있는 변화로 난관을 탈출했다.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은 조별예선 최종전부터 사용한 4-3-1-2 포메이션을 꺼냈다. 변화가 있었다. 좌우윙백에 수비력이 좋은 키엘리니와 발자레티를 투입했다. 사이드에서 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독일을 막기 위한 프란델리 감독의 묘수였다. 공격진에서는 발로텔리와 카싸노 투톱을 미드필드쪽에 포진시켰다. 독일 수비를 끌어올려 뒷공간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프란델리 감독의 노림수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이탈리아는 발로텔리의 두골을 묶어 독일에 2대1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이탈리아 선수들의 노련함은 대단했다. 이탈리아에는 이기는 법을 아는 선수들이 많았다. 독일 선수들은 이탈리아 선수들 앞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순간순간 뛰어난 경기운영능력을 선보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애와 어른의 싸움처럼 보일 정도였다. 미드필드의 피를로와 데로시 콤비는 이탈리아의 핵심이었다. 피를로가 우아한 볼컨트롤과 정교한 패스로 경기를 주도하고, 데로시는 수비와 미드필드를 오가며 힘을 실었다. 독일은 견고했지만, 이탈리아처럼 유연하지 못했다. 독일이 이탈리아와의 메이저대회에서 8번(4무4패) 모두 이기지 못한 것은 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스페인전에서 3-5-2 카드를 멋지게 성공시켰으며, 크로아티아전에서는 피를로의 프리킥 한방으로 무승부를 이끌었다. 아일랜드전에서 다시 한번 생존본능을 과시했다. 잉글랜드는 승부차기 끝에 제압했고, 독일은 가장 이탈리아다운 축구로 꺾었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우승까지 단 한걸음을 남겨놓았다. 돌이켜보면 이탈리아는 최강이 아닐때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때도 그랬고, 2006년 독일월드컵때도 그랬다. 그 전통이 쌓여진 이탈리아는 '저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번대회에도 그만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독일은 이날 경기 포함, 메이저대회에서 이탈리아와 8번 싸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4무 4패에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