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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환희와 갈등이 반복된다. 거듭되는 시행착오 속에 진화하며 또 다른 길을 찾는다.
장외에서는 이성과 감성이 충돌하고 있다. 곳곳에서 흥분의 파열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K-리그 최대 라이벌 FC서울과 수원의 혈투가 서막이었다. 두 팀은 6월 20일 FA컵 16강전에서 충돌했다. 수원이 2대0으로 승리했고, 서울은 라이벌전 5연패를 당했다. 서울의 일부 서포터들이 화가 났다.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았다. 최용수 서울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한 이들과 구단의 줄다리기는 약 1시간 30분동안 이어졌다. 서포터들은 한 달내로 최 감독과의 면담 일정을 잡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농성'을 풀었다. 당시 최 감독은 K-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여전히 선두권이다.
도미노 바람을 탔다. 강원 선수단 버스가 멈췄다. 서포터들은 23일 안방에서 수원에 1대4로 대패하자 분노했다. 김상호 감독과 면담을 요구했다. 김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 확성기를 잡으면서 실랑이는 정리됐다. 성남 서포터스는 성적 부진에 대한 항의표시로 26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태용 감독과의 간담회를 요구했다. 3일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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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월은 그들에게도 의문부호를 달리게 했다. 구단별로 편차는 있지만 성장통을 안고 있다. 권력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들 만의 세상이 존재한다. 그 속에는 또 다른 대립이 있다. 수원, 서울 등 거대 서포터스의 경우 소모임 별로 움직인다. 대표자를 뽑지만 소모임이 1차적인 통로다. 소모임별로 노선은 철저하게 다르다. 매파(강경)와 비둘기파(온건)가 존재한다. 매파의 경우 열광적으로 응원하지만 구단의 견제 세력으로도 목소리를 낸다. 그들만의 철학이 있다. 서울 선수단 버스의 고립은 강경파가 주도했다. "이런 식으로 해봐. 왜 경찰을 개입시켜. 다음 경기 때 보자. 경기가 시작되면 테니스 공을 던져버릴테니." 현장에서 나온 비상식적인 얘기다. 협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서포터스의 세력이 커지면서 일반 팬들이 함께 하기가 쉽지 않다. 응원은 그들의 전유물이다. 서포터스석과 일반 팬들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구단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2~3년전부터 치어리더 응원을 도입했다. 융화는 쉽지 않다. 각각의 섬들이 따로따로 춤을 춘다. 어수선하다.
구단도 '서포터스 세력'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집단 행동은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 일부 지방구단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서포터스 간부 출신을 프런트로 채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악순환은 마침표가 없다.
서포터스가 아니면 축구장으로 발걸음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는 2012년 K-리그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무서운 벽이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젖줄이다. 정체돼 있다. 관중은 눈에 띄게 줄었다. 모두의 책임이다. '장외의 리더' 서포터스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된다. 벽을 허물어야 한다. 서포터스는 권력이 아닌 순수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
축구는 전쟁이자, 축제다. 서포터들이 맨 앞에 서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순간 K-리그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