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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퇴할 날이 오는구먼." 씁쓸하게 웃었다.
강원, 경남, 광주, 대구, 대전, 인천. K-리그를 지탱하는 시도민구단들이다. 풀뿌리 프로축구의 모델로 큰 관심 속에 탄생했다. 주체가 시와 도다. 시도민들의 피와 땀이 함께 호흡하고 있다. 시도민주 공모에는 '고사리 손'도 숨어 있다. 운영은 더 투명해야 한다.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팀이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정치와 자본에 휘둘리고 있다. 지방권력이 교체되면 최고 경영자가 바뀐다. 그렇지 않으면 돈이 지배한다. 힘의 논리에 축구가 움직인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장 모범적으로 팀을 운영해야 할 시도민구단들이 K-리그의 하향평준화를 이끌고 있다.
강원은 1일 김상호 강원 감독을 사퇴시켰다. 창단 당시 도민주 공모로 마련했던 90억원의 자본금은 지난해 이미 잠식 상태에 빠졌다. 남종현 대표이사가 사재를 털어 팀을 운영하고 있다. 입맛대로 좌지우지한다. 경기 전후 수시로 선수단 라커룸을 출입한다. 상상을 할 수 없는 월권이다. 그의 반응은 귀를 의심케한다. "다른 구단 사장들은 감독과 같은 월급쟁이 신분이지만 나는 다르다. 구단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적이 중요하다. 좀 더 열심히 하라는 차원에서 닥달을 하는 것이다. (선수 선발과 전술 운용이) 감독의 권한인게 맞다고 치자. 그럼 돈을 내는 것은 누구냐. 내 돈이 아까우니 선수들 잘 써서 이겨야 하는 것 아니냐." 광주 단장도 낙하산 인사다. 현 광주시장의 선거캠프 출신이다.
축구 문외한들이 구단을 운영하다보니 좌충우돌이다. 현장은 축구인들의 몫이지만 간섭과 통제가 일상화됐다. 사사건건 감놔라 대추놔라 식이다. 자연스럽게 자생력을 잃고 있다. 재정난은 풀리지 않은 과제가 됐다.
지난해 광주 지휘봉을 잡은 최만희 감독은 시도민구단의 아픔을 토로했다. 그는 "32년간 축구 현장을 지켰다. 시민구단에 와서보니 단절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가장 큰 문제는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점"이라며 "돈이 없어서 선수가 없는 문제는 견딜 수 있다. 구단을 둘러싼 인적 자원들 간의 조직적인 불협화음은 큰 문제다.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정작 시장님은 축구에 관심이 크지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며 한탄했다. 그리고 "관계자들이 축구에 이해가 있는 지 모르겠다. 앞으로 시민구단을 만들 때 환경적 조건이 안되면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아름답게 퇴장해야 하는데, 슬프게 퇴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도민구단은 분명 K-리그의 한 축이다. 없는 살림에도 꽃은 필 수 있다. 사장, 단장의 개인이 아닌 축구 논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