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생활 10년차 박지성, 日 가가와 '멘토' 된다

기사입력 2012-07-04 12:34


박지성이 22일 태국 방콕의 차트리움 호텔 리버사이드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도중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방콕=김진회 기자

벌써 10년이나 됐다.

박지성(31·맨유)이 유럽에서 지낸 시간이다.

첫 발은 2002년에 뗐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직후였다. 첫 유럽행 티켓을 건넨 것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다.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던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의 지휘봉을 잡은 뒤 '애제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생애 첫 유럽 생활은 설렘 반, 기대 반이었다. 그러나 점점 외로움이 커졌다. 일본 교토상가 시절에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보고싶으면 채 두 시간도 안되는 거리를 날아가 만날 수 있었다. 충분히 주말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 한국까지 날아오는 시간만 13시간이다. 한국에서 쉴 수 있는 시간도 고작 시즌이 끝난 뒤 1달 반 정도다. 그나마 당시에는 한솥밥을 먹은 이영표(밴쿠버 화이트캡스)라도 있었기에 위안이 됐다.

박지성의 시계는 계속 흐른다. 유럽 생활은 멈추지 않았다. 맨유로 둥지옮긴 2005년 7월부터 시작한 영국 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인들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하는 불편함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떨쳐내기 힘들었다. 훈련과 어학 공부로 정신이 없다가도 1~2일 정도 휴가가 주어지면 외로움이 밀려온다.

그래서 박지성이 최근 맨유 유니폼을 입은 일본 출신 가가와 신지(23)의 '멘토'를 자처했다. 가가와의 빠른 팀 적응과 영국 생활을 돕기로 했다. 박지성은 4일 공개된 맨유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출신 선수들은 비행기를 타고 2~3시간이면 집에 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너무 멀어 친구들을 보러 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나는 주말에 경기를 한다. 가끔씩 주중에도 치른다. 이틀 정도 휴식시간이 나지만 한국에 갔다가 영국으로 돌아올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가와 신지. 사진출처=맨유 구단 홈페이지
이때 찾게 되는 것이 주위의 관심이다. 박지성은 "내가 맨유에 처음왔을 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따뜻하게 대해줬다"고 했다. 또 "그들은 내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사람들은 좋은 한식당과 중식당을 추천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박지성은 "나는 새 선수들을 도와줄 것이다. 내가 맨유에 왔을 때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을 준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성의 능통한 일본어 실력도 가가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영어가 서툰 가가와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롤모델도 될 수 있다. 박지성은 그동안 맨유의 젊은 선수들에게 이상적인 롤모델로 평가받았다. '신성' 톰 클레버리는 "난 폴 스콜스, 데이비드 베컴 등을 본받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중원에서 활동량이 좋은 박지성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팬들도 가가와의 적응을 돕겠다는 박지성에게 칭찬을 보내고 있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 사커킹이 이같은 보도를 하자 팬들은 박지성을 '인격자'라고 칭하고 있다. 한 일본 팬은 '일본인을 존경해 주고 아시아인으로서 맨유에서 성공한 인격자 박지성이 있다는 것은 크다'고 전했다.

유럽생활 10년 차다. 이젠 오히려 외로움을 즐기는 박지성이다. 높은 인기가 반영되는 한국보다 영국이 편하게 느껴진다. 박지성은 "나는 한국에서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영국에선 내가 어느 곳이든 걸을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삶도 싫어한다. 그는 "나는 유명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고요한 영국 생활이 행복하다"고 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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