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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는 하늘의 세리머니였다.
전반 30분이었다. 박지성(31·맨유)이 골망을 흔들자 그 곳을 향해 뛰었다. 어디로 향할 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수건을 돌리며 기뻐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66)이 제자를 맞았다. 둘의 달콤한 포옹은 클라이맥스였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안은 후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리로 황홀해 했다.
10년 전인 2002년 6월 14일 둘의 각본없는 드라마가 세상에 나왔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다. 후반 25분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골문을 연 박지성은 '쉿 세리머니'를 한 후 히딩크 감독에게 내달렸다.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기는 순간 대한민국은 구름 위를 걸었다. 16강 그림이 완성됐다. 히딩크호는 이어 16강 이탈리아, 8강 스페인을 넘어 4강 신화를 완성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지 상암벌에 감동이 물결쳤다. 그 때의 대표팀이 10년 만에 부활했다. 2012년 K-리그 올스타와 충돌했다. 'TEAM 2002'와 'TEAM 2012'가 7월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주연은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이었다. 21번을 단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은 가장 큰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다. 꿈의 휘슬이 울렸다. 히딩크 감독의 쇼맨십은 색이 바라지 않았다. 전반 14분 에닝요의 선제골이 터지자 폭발했다. 오프사이드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애교를 머금었다. 하프타임 승부차기 이벤트 도중 안정환이 실축하자 머리를 감싸며 아쉬워했다. 팔색조였다. 플레이 하나, 하나에 표정이 변신했다.
'수줍 미소' 박지성도 일취월장했다. 10년 전 그는 대표팀에서 막내급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했다. 10년의 세월은 그를 최고로 올려놓았다. 지난해 초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은 2010년 9월 7일 이란과의 A매치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상암벌을 찾았다. '산소탱크'는 풀타임(전후반 70분)을 소화했다. 전반에 오른쪽 미드필더에 포진한 그는 골을 터트린 후 본색을 드러냈다. 후반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긴 후 중원을 지휘했다. 옐로카드는 또 다른 선물이었다. 김용대가 찬 볼을 두 손으로 막았다. 핸드볼 파울에 경고가 주어졌다. 관중들은 박장대소로 화답했다.
현역인 'TEAM 2012'가 쉴새없이 골망을 흔들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낙마한 이동국(전북)이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폭소를 선물했다. 'TEAM 2002'의 첫 문을 연 그는 웃통을 벗었다. 세월이 묻어난 '똥배'에 미소가 넘쳤다. 최용수는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결정적 득점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다. 그 한을 풀었다.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황선홍이 대미를 장식했다. 수비라인을 이끈 주장 홍명보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TEAM 2012'가 'TEAM 2002'를 6대3으로 꺾었다. 굵은 빗줄기에도 3만7155명의 구름관중이 몰렸다. 이등국이 기자단 투표에서 34표를 받아 박지성(33표) 최용수(30표)를 따돌리고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휘슬이 울리고 조명이 꺼졌다. '세계가 놀란 아시아의 자존심', '아시아 최강 K-리그가 이어갑니다'. 풍선을 단 두 대형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두 팀은 슬라이딩 세리머니로 축제의 마침표를 찍었다. 상암벌은 축구 천국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