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새 출발 선언' 세 가지 이유

최종수정 2012-07-10 07:31

◇김학범 감독. 스포츠조선DB

"성남 시절과는 다르다."

강원FC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52)의 취임 일성은 '차별화'였다. 성남 시절과는 다른 길을 택하겠다고 했다. 성남을 K-리그, 아시아 정상급 팀으로 만들면서 '한국판 무리뉴'라는 별명을 얻었고 A대표팀 감독 후보군에도 올랐다. 하지만 강원에서 새 출발을 하는 김 감독의 시선은 다른 곳에 고정되어 있다.

출발선이 다르다

기본적인 여건이 다르다. 성남 재임 시절에는 수원 삼성, FC서울 정도는 아니더라도 원하는 선수를 갖고 전술을 짤 수 있었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열악한 도민구단 강원은 다르다.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내야 한다. 성남에서는 뛰어난 선수들을 제대로 조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강원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전술로 채워가야 한다.

전력을 개편하기도 쉽지 않다. 외부 여건의 영향이 크다. 7월이 되면서 한 달 간의 선수 등록기간이 열렸다. 분위기가 예년과 달리 미지근 하다. 각 팀이 쉽사리 시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 몇몇 선수들의 임대, 이적 소식이 들리고 있으나 큰 폭의 조정은 없었다. 외국인 선수 교체 정도가 그나마 눈에 띌 정도다. 팀 탕 44경기를 치르는, 갖가지 변수가 산적한 장기레이스가 되면서 그려진 풍경이다. 전력보강을 통한 체질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 인식도 김 감독이 성남 시절과 다른 구상을 하는 이유다.

호랑이 이미지로는 안된다

김 감독은 지략가다. 성남 시절 시즌 중 매일 새벽까지 불을 밝히고 유럽축구 비디오 테이프를 보며 전략을 연구한 일화는 유명하다. 어떤 상대을 만나든 허투루 보지 않고 철두철미하게 준비한다. 성남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김 감독의 지략, 선수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 뿐만 아니라 피나는 노력에 있었다. 철저한 훈련은 김학범식 축구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조금이라도 풀어진 선수가 있다면 추호도 용납하지 않았다.

강원에서도 '학구파 지도자'의 색깔은 이어간다. 대신 '호랑이 선생님' 이미지는 벗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필요한 것이 채찍이 아닌 당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강원은 첫 시즌인 2009년부터 현재까지 10위권 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지난해 최하위에 이어 올 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재 꼴찌로 떨어져 내년 시즌 승강제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선수단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밀어붙인들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다독여 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어 놓고 새롭게 구상을 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이 "성남 시절과는 (선수단에) 접근하는 각도가 다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같다.


자신감이 생겼다

2008년 말 김 감독은 성남에서 눈물을 뿌리고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여러가지 추측이 있었지만, 무명 선수 출신인 김 감독이 구단 고위층으로부터 팀 운영에 적잖은 간섭을 받으며 심한 마음고생을 한 것이 정설이었다. 김 감독이 강원 새 사령탑에 선임된 이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남종현 강원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남 대표이사가 김 감독에게 시도민구단 사령탑 최고대우 및 전폭지원을 약속하면서 안정적인 지휘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됐다. 남 대표이사는 "(김 감독에게) 가난한 구단이지만 원활한 팀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김 감독이 승리하는 팀을 만들어 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 역시 "남 대표이사의 열정이 보이지 않았다면 굳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생존'이라는 지상과제를 두고 의기투합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김 감독의 차별화 선언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