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잊은 인천, 경인 더비까지 접수했다

최종수정 2012-07-16 17:17

15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2012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서울 김진규가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후 최영수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7.15/

K리그 2위와 14위의 대결? 기업구단 골리앗과 시민구단 다윗의 대결? 홈 팀 인천 기준 4승 9무 12패의 역대 전적? 이 모든 요인들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 바로 '더비'가 갖는 힘이었다. 주중 경기를 치른 데다, 전국적으로 비까지 내려 이번 21라운드 경기들은 대체로 처진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우린 무조건 상대를 꺾어야만 한다'는 신념하에 쫄깃쫄깃한 혈전을 치른 경기가 있었으니 이름 하여 인천과 서울의 '경인 더비'였다.

1. 인천, 오버 페이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활발

놀라웠다.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저렇게 뛰면 90분은커녕 45분만 지나도 체력이 방전될 것만 같았다. 정혁-김남일 라인이 팀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자 공수전환이 물 흐르듯 진행됐다. 공격으로 나아갈 땐 하프라인 근처에서 왼쪽 측면으로 열어주는 흐름이 굉장히 강했고, 이 진영에 배치된 남준재와 원톱 설기현이 활발한 스위칭을 가져가며 서울의 측면 공략에 나섰다. 공격적인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며 서울을 지배해나갔는데 득점이 안 나온 것이 유일한 함정이자 흠이었다.

2. 하지만 선제골은 서울 김진규의 몫.

경기를 잘하면서도 득점에 실패하는 인천을 보면서 이러다 한 골 먼저 내주면 그대로 고꾸라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전반 33분, 이러한 우려가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인천은 서울이 쉽게 넘어오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압박을 펼치긴 했어도 위험 진영에서의 파울은 거의 내주지 않았는데, 그 한 번이 문제였다. 한 때 '그의 프리킥은 상대 수비벽이나 골키퍼가 아닌 골대 뒤 관중들을 긴장하게 한다'는 비아냥을 듣던 김진규였지만 이번만큼은 달랐고, 슛팅은 골키퍼 유현을 지나 시원하게 인천의 골망에 꽂혔다. 경기를 풀어갈 해답이 보이지 않던 때, 천금 같은 선제골이 김진규에 의해 터진 것이다.

3. 인천의 집념, 끝내 동점골 득점에 성공.

실점 후에 나온 인천의 플레이에 또 한 번 놀랐다. 먼저 골을 내주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본인들의 페이스로 경기를 풀어나갔는데, 이것이 바로 최근 인천의 흐름이 좋다는 증거, 그들이 정신적으로 강하다는 증거가 아니었나 싶다. 인천의 왼쪽 공략은 계속됐고, 요즘 K리그 판에서 가장 '핫'한 오른쪽 수비 중 하나라는 고요한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10개 정도의 크로스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전반 46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의 코너킥 상황에서 끝내 한교원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인천의 끈질긴 공격 집념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4. 한 골씩 더 주고받은 후반전, 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


석가탄신일에 열렸던 직전의 경인 더비는 경기력 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엔 전반전만 보고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직접 땀 흘리며 뛰는 선수들은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후반 들어서도 양 팀은 끊임없이 으르렁거리더니 한교원이 다시 불을 지폈다. 후반 17분, 정혁이 뛰어들며 수비수들의 시선을 끄는 동안 한교원은 서울 수비들을 앞에 두고 멋들어진 중거리 슈팅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불과 5분 후, 이번엔 하대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보는 이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그렇다. 이 정도는 돼야 '더비'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기에도 아깝지 않았다.


인천이 서울을 3-2로 꺾으며 올시즌 서울을 상대로 첫승을 거뒀다. 15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2012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경기가 열렸다. 후반 인천 한교원이 2-1로 역전하는 골을 넣은 후 김봉길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자 선수들이 함께 뭉치며 기뻐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7.15/
5. 유현의 미친 선방, 그리고 빠울로의 마무리.

이후에도 두 팀은 공방전은 계속됐고, 특히 서울의 결정적인 슈팅이 여럿 나왔다. 그 중 가장 좋은 기회는 두말할 것 없이 데얀의 PK였다. 지난 맞대결에서 유현을 농락하는 파넨카 킥으로 K리그 통산 100호골을 터뜨렸던 데얀이 키커로 나섰는데 이번엔 유현의 미친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홈에서 '서울 극장'을 열어주는 불상사는 막았지만 이런 경기력에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는 것도 아쉬웠다.

무승부의 기운이 경기장을 휘감던 순간, 이번엔 뉴 페이스 빠울로가 일을 냈다. 남준재의 크로스가 빠울로의 머리를 살짝 스쳐 골문 안으로 향했고, 파울로는 A보드를 넘어 관중들에게 안겼다. 인천 축구 전용 구장의 진정한 맛은 무단 난입한 관중의 발길질 폭행이 아니라 선수와 팬이 함께 호흡하며 기쁨을 나누는 데 있음을 보여준 10점 만점의 세리머니였다. 이로써 3승 4무, 7경기 연속 무패, 경인 더비까지 접수하며 보약을 단단히 지어먹은 인천. 이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라 인천의 비상에 튼실한 날개를 달아준, 그리고 하위권 경쟁에는 짙은 안개를 깔아준 조금은 복잡한 승리였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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