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컵이 돌아왔다. 상대 팀 선더랜드가 프리시즌 중에 대한민국까지 날아와 경기를 치렀다는 점. 그 탓에 체력적인 준비가 부족했고, 감각의 날은 무뎌져 있었으며, 시차 부적응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도 따랐다. 모든 조건에서 불리했다고는 하나 무려 250만달러(약 28억원)에 달하는 군침 도는 우승 상금에 '선더랜드'라는 이름 알리기 및 체면 살리기는 그들로 하여금 온 힘을 다해 덤비게 했으리란 생각이다. 이런 선더랜드를 상대로 성남은 1-0 승리를 챙기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경기 시작부터 선더랜드를 몰아친 성남의 기세는 전반 10분을 기점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선더랜드가 공수 간격을 좁혀 거미줄같이 끈끈한 압박을 구사했던 것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은데 압박 선도 높아 하프라인 근처에서 성남의 패스를 차단해 내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부터 곧장 공격이 시작되니 성남의 골문까지 이동해야 할 거리는 짧았고, 공격의 성공률은 높았다. 성남이 여러 차례 위기와 직면했던 시점도 이 때다.
조금은 밀렸어도 이런 상황 속에서 산발적으로 나왔던 성남의 공격 전개는 나쁘지 않았다. 수비 및 수비형 미드필드 진영에서 앞으로 자주 못 나온 것이 문제였지, 그 라인만 넘어선다면 최전방 공격수 밑 1.5선에 배치된 홍철-레이나-에벨톤의 능력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었다. 이들의 개인기와 연계 능력을 밑천 삼은 성남의 공격 맥박은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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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선을 높게, 그리고 라인 간 간격을 좁게 형성하다 보면 최종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의 공간은 자연스레 넓어지게 된다. 이에 착안해 성남이 노린 곳이 바로 선더랜드의 측면 뒷공간이었다. 왼쪽의 남궁웅-홍철도 열심히 문을 두드렸지만, 오른쪽의 박진포-에벨톤의 존재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2009년 홍철, 2010년 김성환에 이어 신태용 감독의 '대박 신인 발굴 프로젝트' 2011년 판인 박진포는 더욱더 무르익은 실력을 피스컵 무대에서도 맘껏 뽐냈다. 공격-수비 양면에 걸쳐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줬는데, 특히 오버래핑을 해야 할 때를 알고 앞으로 돌진하는 그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덕분에 에벨톤의 개인 능력을 활용할 기회도 늘어났다.
선더랜드 공략에 있어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레이나. 라돈치치를 대체하겠다던 요반치치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전반기가 다 지나갔다. 무게감 있는 대형 스트라이커가 없었던 성남은 힘과 높이로 밀어붙이는 축구를 잠시 접어두어야 했고, 대신 발밑 기술이 좋은 미드필더들이 주를 이뤄 자잘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간을 썰어나가는 축구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있는데 항상 마무리 부분에서 시원한 맛을 내지 못한 게 흠이었다. 선더랜드전은 그런 성남을 일으켜 세울 주인공이 레이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상대 진영에서의 세밀한 연계 플레이에 직접 돌파와 슛팅까지. 기존의 에벨찡요보다 강렬한 느낌을 주었던 이 선수는 전반 28분엔 에벨톤과의 원투패스를 통해 결승골까지 도우며 성남 공격의 품격을 높였다.
3. 몇 번의 위기와 몇 번의 기회. 그리고 거머쥔 결승행 티켓.
후반 들어서도 공격적인 흐름을 유지해나간 성남. 하지만 이러한 경기 운영에 빈틈이 조금씩 생겨났고, 선더랜드가 이를 놓치지 않고 비집고 들어오는 일이 종종 생겼다. 공격과 수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수비 라인이 전진은 했는데, 상대가 공격을 맞받아칠 때 그 뒷공간을 재빠르게 메우질 못하는 장면이 나왔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도 수비적인 짐을 분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아마 한 골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추가 득점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 오히려 동점골을 내줄 위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설상가상 위험 진영에서의 패스미스까지 겹쳐 흔들리던 성남은 캠벨과 위컴에 결정적인 슛팅을 허용했고, 가드너의 프리킥에 크로스바를 얻어맞기도 했다.
서서히 몸을 조여오는 체력적인 압박에 선더랜드의 매서운 역공까지 의식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한 골 차 불안한 리드, 추가 득점을 노려야 했던 성남의 전형은 원톱 + 공격형 미드필더 3명,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 플랫 4, 즉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4명과 6명으로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곤 했다. 11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함께 싸워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공격은 공격대로, 수비도 수비대로 해야 하는 성남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판단이다. 그 중 신태용 감독은 공격 파트에 박세영 대신 윤빛가람, 홍철 대신 전현철을 투입하며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먼저 윤빛가람은 경기를 보는 내내 경남 시절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조금 더 보여줄 수 있는 선수인데'라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ACL 16강전 분요드코르전에서 4-2-3-1 중 3의 중간에 배치돼 폭발적인 공격력을 이끌어냈고, 올림픽 명단 발표 날짜에 맞춰 조금씩 폼이 올라오는 듯했기에 기대가 컸는데 결국엔 아쉬움도 크고 말았다. 전현철은 골 포스트를 맞히고,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였는데 다만 이럴 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골 정도만 작렬해줬다면 어땠을까 싶다. 앞으로 그라운드를 밟을 시간을 더 늘릴 기회였는데 그 한 골이 참 어려웠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