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K-리그 전반기

기사입력 2012-07-23 12:48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경기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데얀이 후반 자신의 두번째골을 터뜨린 후 몰리나, 김태환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5.28/

2012년 K-리그가 반환점을 돌았다. 스플릿시스템의 도입으로 올시즌 K-리그 경기는 무려 44경기. 2003년 44라운드로 K-리그가 진행된 이후 9년만에 최장기 레이스다. 전반기만 마쳤는데 선수들은 벌써 지쳤다. 멀고도 험하다. 경쟁은 과열된다. 매라운드별로 희비가 교차한다. 레이스가 길고 험한 만큼 그 속에 스토리도 다양하다. 반환점을 돈 K-리그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급외인=K-리그 공격부문 상위권은 대부분 외국인 공격수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동국(전북·13골)과 김은중(강원·11골)이 토종 공격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을 뿐, '외인시대'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명불허전'이다. K-리그를 지배했던 특급 외국인 공격수들이 올해도 비상했다. 서울의 '데몰리션' 콤비는 올시즌 위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득점왕 데얀은 13골로 이동국과 득점 선두를 다투고 있다. K-리그 외국인 선수 최다골 기록도 새로 쓰고 있다. 데얀은 21일 열린 K-리그 22라운드 부산전에서 통산 104호골(180경기)을 터트렸다. 부산, 수원, 성남에서 271경기동안 104골을 터트린 샤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K-리그 후반기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것이 확실하다. 몰리나 역시 9골-9도움으로 2년 연속 '10-1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북은 '구관' 에닝요가 건재한 가운데 '부드러운' 신형 무기를 새로 장착했다. 찰랑찰랑한 머리결을 날리며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는 '드로 언니' 드로겟. 8골-7도움으로 전북의 K-리그 2연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철퇴 축구' 울산은 '특급조커'를 얻었다. 팀 동료 이근호가 "저렇게 잘하는데 일본에 있을 때 왜 몰랐을까"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K-리그 13경기에 교체 출전해 8골을 터트린 마라냥. 22일 광주전에서는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첫 골을 뽑아내며 리그 9호골을 완성했다. 특급외인의 활약에 나란히 1~3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 서울 울산의 순위표도 요동칠 수 있다.


22일 전북전 결승골을 기록한 황진성이 기도 골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스틸러스
제로톱=K-리그에서도 세계 축구의 트렌드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스페인이 유로 2012에서 유럽을 지배하는데 사용한 '제로톱' 전술. K-리그에도 제로톱 열풍이 불었다. 제주와 포항, 성남이 첨병으로 나섰다. 물론 K-리그에서 선보인 제로톱은 미리 준비됐다기보다 공격진의 부상과 부진에 따른 일시적인 변화일 뿐이다. 제로톱은 미드필드에서 짜임새 있는 경기 운영이 이뤄져야 하며 조직력이 극대화돼야 가능한 전술이기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제주와 성남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포항은 초반에 삐꺼덕거렸지만 외국인선수를 빼고 포철공고 출신 선후배들을 대거 기용하며 조직력을 높였다. 제로톱의 위력은 배가 됐다. 포항은 7월들어 4경기에서 3승1패로 순위를 6위까지 끌어 올렸다.

감독교체=스플릿시스템의 본격 도입으로 올시즌 최하위 두 팀은 강등을 피할 수 없다. 팀의 운명은 두 번의 소용돌이를 거치게 된다. 정규리그 30경기를 치른뒤 상위그룹(1~8위)과 하위그룹(9~16위)으로 나뉘어 14경기씩을 더 치른다. 첫 번째 목표는 상위그룹 진입이다. 최소한 강등은 피할 수 있다. 반대로 하위그룹으로 떨어지면 팀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과열 경쟁이 감독의 경질까지 몰고 왔다. 전반기 22라운드가 진행되는 동안 인천과 강원의 사령탑이 교체됐다. 인천은 감독 교체 이후 상승세를 탔다. 최근 강호 서울을 3대2로 제압하는 등 7경기 연속 무패행진(3승4무)를 달리며 최하위를 탈출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대행은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22라운드에서 포항에 1대2로 패한 인천은 후반기 중위권 도약을 꿈꾸고 있다. 강원 역시 K-리그 잔뼈가 굵은 김학범 감독을 영입해 하위권 탈출을 노린다. 김 감독은 대전전에서 3대0 완승을 이끌며 화려하게 복귀를 신고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강원은 최근 2연패로 13위에 자리하고 있다.

천적관계=천적관계는 K-리그를 보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전북 서울 수원 등 K-리그 강팀이 삼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더욱 재미있다. 전북>수원, 서울>전북, 수원>서울, 오묘한 공식이 올해도 깨지지 않았다. 전북은 수원만 만나면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최근 10경기에서 6승4무다. 올시즌 두 번의 대결에서 모두 3대0 완승을 거뒀다. 반면 전북은 서울만 만나면 울상이다. 서울을 상대로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를 기록했다. 두 팀의 승점차는 4점. 살얼음판 선두 경쟁에서 두 팀의 천적 관계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북에 강한 서울은 '라이벌' 수원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최근 5연패했다. 올시즌 리그와 FA컵에서 두 차례 만나 수원이 2대0 승리를 거뒀다. 흥미로운 먹이사슬 구도에 전반기 K-리그가 춤을 췄다.


2002 대표팀과 2012 K리그 올스타가 진검승부를 펼친다. 2002 월드컵 대표팀 초청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 경기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반 최용수가 골을 터뜨리고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7.05/
10주년=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10년만에 다시 뭉쳤다.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코치를 비롯해 황선홍 홍명보 안정환 박지성 등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상암벌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 총출동했다. 10년 전 감동도 그대로였다. 박지성은 두 팔을 벌린 히딩크 감독의 품에 또 다시 안겼다. 후배들은 낚시, 볼링 등 다양한 세리머니를 준비해 축제를 함께 즐겼다. 무엇보다 10주년 기념 K-리그 올스타전의 화제는 최용수 서울 감독이었다. '발로텔리 세리머니'로 넘치는 뱃살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최 감독은 2002년에 골을 터트리지 못한 한을 10년 만에 풀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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