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한국영, 6주 전 당한 부상 감출만큼 올림픽 갈망했었다

기사입력 2012-07-25 08:01


한국영. 파주=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아팠다.

이미 6주 전부터 한국영(21·쇼난 벨마레)의 왼발 다섯 번째 중족골에는 금이 가 있었다.

부상을 감췄다. 아니, 감출 수밖에 없었다. 당시 18명의 런던올림픽 최종엔트리 발표가 코앞이었다. 올림픽 출전은 한국영의 가장 소중한 꿈이었다. 동시에 '홍명보의 아이들' 모두의 꿈이기도 했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면, 한국영이 아닌 누구라도 이실직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한국영은 런던행 티켓을 일찌감치 확보해 놓은 자원이었다. 지난해 10월 7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 때부터 중용됐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43)이 가장 믿고 쓰는 선수였다.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첫 번째 조건은 성실함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몸을 던져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뛴 거리가 12㎞에 달하는 풍부한 활동량도 돋보였다. 뛰어난 축구지능도 칭찬감이었다. 이 장점을 살려 윤빛가람(22·성남)과의 포지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투지와 남다른 희생정신은 한국영의 또 다른 경쟁력이었다.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에선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님에도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뛰고 또 뛰었다.


사진출처=한국영 페이스북.
한국영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마음은 몹시 불편했다. 부상을 당했다면 대의적인 관점에서 스스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는 것이 팀과 자신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컸다. 힘겹게 런던행 티켓을 따낸 주역으로서 보상을 받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헌데, 점점 심해지는 고통은 참기 힘들었다.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쉴새없이 머릿 속으로 주문을 걸었다. '얼마든지 부러져도 좋으니 올림픽까지만 버텨줘.'

이를 악물었다. 비밀에 부친 부상이 들통나지 않게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특히 자신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천금같은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렇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16일 결전의 땅 '뉴캐슬'에 입성한 뒤 부상 통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결국 탈이 났다. 23일 오후 훈련 도중 왼발 발등 부위에 통증을 느껴 현장에서 통증완화 치료를 받았다. 24일에는 현지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왼발 중족골 골절로 판명됐다. 송준섭 올림픽대표팀 주치의는 본선 출전 불가를 통보했다. 한국영 대신 정우영(23·교토상가)이 대체 선발됐다.


비참했다. 예상된 결과였다. 그러나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동안 버틴 시간이 아쉬웠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기 이틀 전에 낙마한 것도 한국영의 축구인생에서 통한이 됐다.

좌절은 미래의 환희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 한국영에게 올림픽은 과거일 뿐이다. 벌써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영은 다시 뛴다. '일어나자! 더 강해지고 단단해져서 다시 돌아오자.' 눈물을 머금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처럼….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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