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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에게 김보경(카디프시티)은 '예상치 못한 고민'이었다.
거짓말같았다. 영국 땅을 밟은 순간 김보경은 힘을 잃었다. A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이 아니었다. 돌파는 무디어졌다. 최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도 활력을 잃었다. 헤매고 있었다.
김보경에게 홍 감독은 어쩌면 '야속한 선생님'일지도 모른다. 올라오지 않는 경기력에 본인도 힘들었다. 밖에서의 시선이 바뀐 것도 느꼈다. 차라리 홍 감독이 냉정하게 자신을 선발 명단에서 뺐다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발 명단에는 언제나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홍 감독이 김보경을 계속 내세운 것은 일종의 '신념'이었다. '경기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외면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충분히 선수를 믿는다면 예전 기량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2대1로 승리한 홍 감독에게 남은 것은 2일 새벽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가봉과의 일전이다. 4월 조추첨때만해도 가봉은 멕시코, 스위스보다 더욱 껄끄러운 상대로 꼽혔다. 아프리카예선에서 강호 코트디부아르와 남아공을 제쳤다. 여세를 몰아 세네갈과 모로코까지 누르면서 새 역사를 썼다. 무서운 기세였다. 홍 감독은 가봉을 경계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스위스전 무승부에 이어 멕시코전에서 완패를 당했다. 한국전에서는 무조건 승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마음이 급하다. 한국전에서는 초반부터 맹렬하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이런 상황을 역이용할 생각이다. 두 경기 결과 가봉 수비진들은 상대의 전술적 움직임에 약했다. 주고 빠지는 패스나 뒷공간을 파고드는 부분 전술에 와르르 무너졌다. 김보경이 적임자다. 빠르고 기술이 좋을 뿐만 아니라 영리하다. 김보경은 박주영(아스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셀틱) 등과의 호흡을 통해 가봉 수비진의 틈을 더욱 크게 벌릴 생각이다.
'예상치 못한 고민' 김보경이 이제는 '8강행 확정의 키'가 됐다.
코벤트리(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